대부분의 타문화권 선교현장은 공동체적 세계관 속에 살아가는 사회이다. 특별히 필자가 참여하였던 마사이족 사회는 전통의 공동체적 사회 시스템을 최근까지도 강하게 유지해 오고 있다. 마사이 사회는 혈연이라고 하는 일차적인 공동체를 넘어서 연령공동체라고 하는 사회 제도를 통해 강력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전사들의 군영인 마냐타를 통해 동년배집단을 이루어 내고, 평등하고 유무상통하는 삶을 이상으로 하는 마냐타 정신을 통해 이 연령 집단을 평생의 일체적 공동체로 묶어낸다. 마사이 사회는 또한 두 개의 동년배집단을 하나의 세대집단으 로 합체할 때, 전체 마사이 지파들이 동일한 세대집단 이름을 사용함으로 써 전체 마사이의 일체감을 이룬다. 이러한 연령공동체의 형성 과정은 생애주기에 맞춰진 통과의례들을 통해 마사이적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나 마사이족의 공동체성은 여성과 아이들을 배제하고 소외시 키며, 그 적용범주를 동심원적 원근관계에 따라 차별화함으로써 한계를 갖는다. 또한 근대화의 물결 앞에서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위기의 핵심은 공동체의 낙후 문제, 그리고 세대가 거듭될수록 분명해지는 공동체성의 약화와 그로 인한 삶의 파편화로 요약될 수 있다. 낙후의 문제는 동아프리카의 근대화 역사에서 권력으로부터의 배제와 스스로 의 고립으로 인해 발생되었고, 공동체성의 약화 문제는 최근의 지구화 상황에서 몰아닥치고 있는 압축적 근대화가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기독교 선교는 마사이족에게 환영받고 있으나, 그 안에 내재된 개인주 의적 성격 때문에 결국 공동체성의 해체와 삶의 파편화에 일조하게 되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므로 기독교 선교는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공동체성을 강화해 야 할 필요가 있다. 마사이를 비롯한 공동체적 사회의 사람들에게 공동체는 삶의 총체성과 존엄성을 보장하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공동체 적 선교의 실행을 위해서는 선교활동체의 공동체적 갱신이 필요하고, 이러한 자기변혁을 도울 공동체 선교론이 요청된다. 공동체 선교론은 기독교 신앙이 간직하고 있는 복음의 핵심에 잘 합치될 수 있다. 삼위일 체 신앙은 하나님의 공동체적 본성과 공동체적 세계관계양식(missio Dei, 하나님의 선교)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하나님의 선교에 직간접적으로 결합되어 있는 인간-세계-교회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게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 선교론의 체계화는 또한 현대 선교가 발전시켜 온 통전적 선교의 완성도를 신학적, 실천적으로 높이 는 데 기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