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23개에 불과했던 일반최상위도메인(gTLD) 문자열의 범 위를 원하는 언어로 된 상표나 일반명사로 확장하 는 새로운 DNS 정책을 도입하였다. 신규 gTLD 에 드는 고액의 평가요금과 장기간의 절차에도 불 구하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브랜드 마케팅 전 략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의 잠재력을 예 상하며 gTLD 선점 경쟁에 나섰다. 그런데 신규 gTLD 프로그램이 일부 국가와 기업에만 이익을 편중시키고 ‘콘텐츠 중립성’을 해친다는 비판도 있어 검토가 요구된다.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동 프로그램이 gTLD에 폭넓은 표현의 기회를 부여하는 반면에 ‘평가’, ‘이의제기’ 등으로 그 위임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신규 gTLD가 콘텐츠로서 ‘표현의 자유’ 영역에 편입된 이상 기본권 보장 및 제한의 원리 가 면밀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각 문자열마다 유 권 해석이 요구된다. ICANN이 주도적으로 고안⋅운영하는 gTLD 신청 절차는 각국 언어의 특수 성, 사회⋅문화적 영향력, 국내 법현실 등을 적정 하게 반영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인터넷의 생활 공간화, 신규 gTLD의 콘텐츠 주도력, 자국어 도 메인의 국내적 관련 등과 같은 요인을 고려해볼 때, 인터넷 거버넌스의 출발점인 DNS 관리체계도 국가 단위의 참여 구조를 흡수해야 할 때가 왔다.
신규 gTLD 신청 절차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본고는 DNS 혁신이 내포하는 ‘다원적 중립성’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1) 인터넷 주권 존중을 바탕으로 국가별로 초기 평가 절차를 수행하는 한편, (2) 평가 기준 명확화, 자 격 요건 완화 등을 통해 합헌성을 담보하는 것이 효과적인 개선 방안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