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늘롱의 소설 《텔레마크의 모험》(1699)에는 이도메네가 넵튠과 경솔하게 맺은 서약 때문에 자신의 아들 이다망트를 죽이는 에피소드가 들어 있다. 이 에피소드는 크레비용의 비극《이도메네》(1705) 전체를 채우면서 독자적인 생명을 얻었으며, 이는 다시 당셰의 서정비극 《이도메네》(1712) 대본으로 탈바꿈한다. 바레스코는 당셰의 대본을 모차르트가 1781 년 뮌헨 카니발을 위해 작곡할 오페라의 대본으로 재구성하였다. 이 모든 변신을 거치면서도세 주인공 넵튠, 이도메네/이도메네오, 이다망트/이다만테는 변함없이 나오지만, 두 여주인공 에릭센/일리온/일리아와 엘렉트르/엘레트라는 사랑의 요소가 필수적인 무대 공연 장르의특성상 하나씩 추가되어 간다. 바레스코와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가 프랑스의 전작에서 가장 크게 벗어난 것은 비극적 결말을 오페라 세리아 특유의 ‘행복한 결말’로 대체한 것이다. 서정비극의 특징인 경이(驚異)를 자아내기 위해 필요했던 초자연적 존재와 요소를 최소화한 것과 더불어 이러한 변화는 18세기 후반의 계몽주의의 영향을 반영한 것이었다. 왕위를 물려줄 아들을 죽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던 왕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들은 왕위계승문제가 끊임없이 관심을 끌었던 18세기의 사정을 잘 보여준다. 크레비용의 비극과 당세의 서정비극은 둘 다 스페인 왕위계승전쟁 시기에 초연되었으며, 바레스코와 모차르트의 오페라 세리아는 바이에른 왕위계승전쟁이 끝난 지 몇 해 되지 않아 초연되었다. 따라서 왕위계승자를 죽인다는 이 이야기는 당시의 통치자들에게 초미(焦眉)의 관심사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