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존 밀턴의 실낙원에 담긴 서사시의 전통을 영웅적 줄거리와 영웅적 자질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영웅은 누구인지를 고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호머의 그리스 영웅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는 신의 계보를 가진 용맹한 군인이자 존경할 만한 지도자로서, 과오에도 불구하고 힘과 충성심으로 칭송을 받는다. 버질의 로마 영웅 아이네아스는 강력한 지도자이자 영광스러운 전사로, 신들의 명령을 이행하여 용맹한 나라의 토대를 구축한다. 비록 이니아스가 디도를 절망에 빠뜨린 채 떠나도, 그는 잊을 수 없는 의무에 대한 헌신으로 여전히 존경을 받는다. 밀턴의 실낙원에 나타난 영국 서사시의 영웅적 자질은 그리스-로마 서사시의 영웅적 자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항이 아닌 복종, 자만이 아닌 겸손, 영웅적 죽음 이후의 영광스러운 부활을 통해 실낙원은 기독교적 영웅의 자질을 드러낸다. 사탄은 그리스-로마의 영웅을 답습하는 거짓 영웅이지만, 하나님은 예지하지만 허락하고 배신에도 불구하고 희생하며, 부활하여 구원함으로써 진정한 영웅으로 부상한다. 이러한 새로운 영웅적 자질로 인해 실낙원은 왕정복고 시기의 사회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영국의 기독교 서사시라는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글은 존 밀턴의 『실낙원』 5권과 12권에 나타난 이브의 꿈을 신의 섭리를 정당화하는 매개임을 주장한다. 밀턴이 『실낙원』에서 성서와 다르게 타락 전 이브와 타락 후 이브에게 각각 두 차례 꿈을 꾸게 한 이유를 17세기 꿈에 대한 비평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이브의 자유의지를 다룬다. 특히 밀턴의 “or” 의 사용이 서로 다른 항목을 제공할 뿐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지 않음으로써 결과가 불분명해지는 불확실의 기법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밀턴이 이브가 타락 전 꿈을 꾸기 전 상황에서 “or”를 사용한 것을 분석한다. 이에 따라, 이브가 타락 전 꿈에서 선악과를 따먹은 행위는 이브가 수동적이거나 사탄에 의해 타락한 것이 아니라 이브가 그녀 스스로 자유의지에 의해 행동한 것이라 읽는다. 또한 밀턴이 타락 후 이브에게도 아담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미래에 대한 꿈을 보여준 것은 이브가 신과의 관계에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속에 있는 존재임을 깨닫게 하려는 신의 섭리로 읽는다.
많은 웨슬리 학자들은 형 존 웨슬리와 더불어 감리교의 창시자이며, 기독교 시인이자 찬송시저자인 찰스 웨슬리의 문학적 기교 및 문체가 밀턴의 실낙원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실낙원의 주석을 달고 복사할 뿐 아니라 1763년 밀턴의 실낙원의 발췌본을 발간할 정도로 일생동안 밀턴의 작품을 애송했던 형 존과 달리, 찰스는 밀턴의 작품을 번역하거나 자신의 저널이나 설교문에서 직접 인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찰스는 찬송시 곳곳에서 밀턴이 실낙원에서 사용한 단어와 개념을 암시적으로 사용하였다. 실낙원에서 쓰인 단어를 선택해 그대로 인용하거나 아니면 조합함으로써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신학적 입장이나 교리를 보다 분명하고 생생하게 제시한 것이다. 본 논문은 밀턴이 실낙원에서 쓴 시 구절이나 단어를 사용한 찰스의 찬송시를 분석함으로써 실낙원이 찰스의 찬송시에 끼친 문학적 영향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