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학생운동의 조직적 기반이 취약했던 부산에서 유신 체제를 붕괴시킨 대규모 항쟁이 발생할 수 있었던 원인을 ‘제도권 언론의 역설’ 과 ‘대항적 해독’의 관점에서 규명했다. 기존 연구가 ‘축적된 지역 운동 역량’에 주목한 것과 달리, 본고는 1979년 8월 YH 사건과 10월 김영삼 총재 제명 파동 당시 쏟아진 제도권 언론의 보도가 항쟁의 기폭제가 되 었음을 실증했다. 당시 『부산일보』 등은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하며 사 건을 왜곡하려 했으나, 부산의 대학생들은 기사의 행간에서 정권의 폭력 성과 비도덕성을 읽어내는 ‘대항적 해독’을 수행했다. 정광민 등 주도층 과 일반 학생들의 구술에 따르면, 이들은 운동권의 비밀 학습이 아닌 일 상 공간에서 접한 신문 기사를 통해 공분을 축적했고, 이것이 ‘인지적 해 방’과 행동의 결단으로 이어졌다. 특히 비운동권 학생이 작성한 10·16 선언문에 YH 사건이 명시된 점은 언론보도가 시국 인식의 주요한 루트 였음을 입증한다. 결론적으로 부마항쟁은 운동권의 기획이 아니라, 언론 이 보도한 폭거의 실상에 반응한 대학생들의 비판의식이 임계점을 넘어 폭발한 필연적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