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발표문은 19세기 영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올리브 슈라이너(Olive Schreiner)의 『아프리카 농장 이야기』(The Story of an African Farm)를 기존 질서와 충돌하는 인물들과 그들의 종교를 통해 분석을 시도한다. 이 작품을 종교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분명 적절하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 중에서 가장 중심 역할을 하는 월도(Waldo)가 작가인 슈라이너의 분신(alter ego)과 같다는 면에서 이 작품에서 종교의 역할은 크다고 할 수 있다. 기독교 신앙에서 무교로, 다시 자연주의 신앙으로 발전되어가는 월도의 종교적 변화는 작가의 종교적 고민을 그대로 드러낸다.
문제는 이 종교를 중심으로 한 분석이 논지의 또 다른 축인 새로운 남성상과 여성상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이다. 발표문이 기존 질서와 충돌하는 새로운 여성과 남성에 대해서도 논한다고 공표했기에, 이 갈등과 종교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고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될 수 있는지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어떤 설명도 부재하다. 이와 더불어 본 발표문에서 여성 주인공인 린달(Lyndall)은 기존 사회 질서에 대항하지만 이내 꺽이고 쓰러지는 패배한 선구자 정도로 치부될 뿐 그녀의 실패가 종교와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다음으로 본 발표문에서 중요한 주제어로 등장하는 “불교”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불교는 궁극적으로 세계에 대한 환멸을 지니고 있다. 자연과 일치가 아니라 도피를 주장하고 그 도피가 완성된 열반을 꿈꾸는 불교를 월도의 단순한 “물아일치”에 그대로 대입할 수 없다. 본 토론자는 발표문에서 에머슨의 다양한 동양사상이나 종교가 혼재된 종교를 불교란 이름으로 단순 치환하고 있지 않는가 의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