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명대(明代) 소설 금병매(金甁梅)의 주요인물인 반금련(潘金蓮)을, 19세 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의 철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하 고자 한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와 반금련이 살았던 시대는 초월적 가치가 중시되던 과거에서 벗어나 개인에게로 관심이 옮아가던 시대라는 공통점이 있다. 개인의 욕망 과 개인의 육체에 관심을 갖던 시대적 유사성에 근거하여 니체의 철학적 개념, 특히 ‘노예 도덕’,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 ‘위버멘쉬(Übermensch)’ 개념을 중심으로 반금련의 행동과 욕망을 분석해보았다. 연구 결과, 반금련의 행동은 전통 봉건질서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주도적 면모를 보였다. 또 그녀의 욕망에 대한 강렬한 에너지과 열정은 니체의 ‘힘에의 의지’ 개념을 통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 한 실현하고 환경을 지배하고자 하는 근본적인 생명력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해석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비극적 결말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녀 자신의 한계 때문이다. 이는 니체의 위버멘쉬 개념을 통해 해석할 수 있 다. 그녀는 욕망을 적극적으로 추구했지만 이는 진정한 자기 결정에 의한 것이 아니 며 단순한 쾌락 추구에 그쳤다. 또 기존 질서에 도전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도 못했다. 그녀의 행동은 파괴적이었을 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 에서 한계를 보였다. 니체의 관점을 통해 반금련의 욕망과 행동을 해석하는 것은 단 순히 ‘선’과 ‘악’을 기준으로 그녀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한 인물의 근원적 동기와 내면의 욕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근본악’은 칸트가 규정하는 도덕법칙을 위협하는 ‘자연적 충 동성’이라는 악의 상태이다. 칸트는 인간이 어떤 도덕적 준칙을 자유롭게 채택할 때 선천적으로 악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하 였다. 이는 『성경』에 나오는 아담의 원죄와 마찬가지로 ‘근본 악’도 인간의 자유에서 비롯된다는 즉, 선택의지의 자유를 따르 는 결과이다. 도덕법칙이 이성을 훈육하고 강화하는 원리로써 존중되어 왔다면 ‘근본악’은 경계해야 하는 것으로 간극되어 왔 다. 하지만 최근 현대 영상물에서는 악이라는 빌런이 주인공으 로 등장하면서 악에 담긴 의미의 재해석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칸트의 ‘근본악’개념을 바탕으로 중국 고전 속 대표 적인 악인 캐릭터 반금련이 현대 대중문화 속에서 감성과 이성 의 가치를 전도하면서 핫한 이슈로 존속되는 의미를 분석한 다. 또한 악에 대한 자유로운 선택의 단서는 바로 인간의 원초 적 욕망에 있다는 점에서 반금련 캐릭터는 도덕 법칙을 이탈시 키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사회에 문란한 질서를 재생산하는 상 징체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존재로 해석하면서 그 해석을 논증 하는 것을 궁극 목적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