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하(ものは)의 기점이 된 이우환의 평문 「존재와 무를 초월하여-세키네 노부오론」은 탈근대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만든다는 특권을 거부하고 보는 행위로의 일대 전환을 촉구했다. 1969년 발표된 이 글은 근대주의를 해체시킨 68혁명 이후의 세계-역사적 변혁의 기류를 공유한다. 본 연구는 그간 간과돼 왔던 사회문화적 지형에서 이우환의 미학과 작업을 다시 읽기 한다. 이 우환에게 본다는 지각은 신체성을 획득하는 것이며, 이때의 신체성은 보는 동시에 보이는 양의성 을 전제한다. 이 같은 후기구조주의적 관점은 작품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그의 입체는 물론 평면 매체 역시 비(非)대상적인 사물로서 신체적 만남을 도모한다. 모더니즘적 회화로 환원시킬 수 없는 이우환의 평면 작업이 갖는 현상학적 신체성의 층위를 조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미디어아트, 또는 기술 매체와 신체의 인터페이스를 강조하는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의 해석적 틀로서 현상학적 체현인지의 관점을 제시한다. 메를로퐁티의 현상학과 체현인지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최근의 HCI 연구와 매체 미학의 상통하는 개념들을 발굴하여 미디어아트의 현상학적 도식을 제안해 보았다. 체험된 신체, 현상학적 장, 점진적 체화와 지향성, 시선의 이동성과 가상성 등은 미디어아트를 읽어내기 위한 개념 틀과 어휘의 형성에 이바지할 수 있어 보인다. 이는 탈 경계와 혼종성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휴머니즘이나 기술철학적 관점을 대체하기보다는, 서로 상보적인 관계에서 미디어아트 해석의 다양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