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일본의 유명 소설가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1926-1980)의 『겨울의 유산』에 대해 새로운 해석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서 한국의 선불교 배경속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주인공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간의 근본 숙제 중 하나인 허무와 고독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하고 각각 자살과 외도라는 방법을 택했다. 주인공 역시 같은 정서를 공유하고 있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가 따로 있지 않다는 깨달음과, 아들이 아버지가 되고 그 아들이 또 아버지가 되는 과정의 반복에서 가족의 의미를 깨달음으로써 이를 극복하게 된다. 이러한 줄거리 속에 중요한 장치로서 사용되는 것이 선불교의 선문답과 선시이다. 본 논문은 『겨울의 유산』에 언급된 선문답과 선시의 분석을 통해 주인공이 허무를 극복하는 과정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주인공은 ‘행복과 무상의 경계선’에 대한 화두를 시작으로 ‘남전참묘’, ‘한서도래회피’ 화두를 통해 현실적인 욕망을 극복하고 종국에는 ‘대도무문’이라는 화두로 깨달음을 얻어 무상함을 극복하는 구조로 해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