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사회에서 생태시스템 위주의 습지 보전제도에 대한 한계점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습지 관리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습지도시인증제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습지도시(Wetland City)’란 람사르 습지를 중심으로 습지들 간의 네트워크, 습지로부터 제공받는 생태계서비스 향상 계획,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한 통합적 토지이용계획, 다양한 스케일의 습지관리 거버넌스 등을 갖춘 도시를 말한다(IUCN, 2015). 이미 람사르 습지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지도시인증제를 추가적으로 도입하려는 이유는 기존의 강력한 습지 보전 정책은 사회시스템과 생태시스템의 상호관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생태시스템 대한 관점이 부족하여 지역주민의 경제적 수단을 규제하고 그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와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사회시스템 붕괴는 생태계보전을 위한 생태적·사회적·경제적 자본 고갈로 이어져 수질 저하 및 생물다양성 감소 등 생태시스템 훼손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붕괴된 사회시스템과 훼손된 생태시스템으로 구성된 습지도시는 기후변화로 급증한 가뭄, 홍수와 같은 교란에 매우 취약하여 쉽게 붕괴할 수 있으므로, 원래 습지 도시 기능과 구조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인 리질리언스(Resilience)가 요구된다(Walker et al., 2006). 그러므로 지속가능한 습지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생태시스템 위주의 습지관리에서 벗어나 사회생태시스템 기반의 리질리언스 향상 전략이 고려된 습지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흐름을 선도하기 위해 창녕 우포늪, 고창 운곡습지, 제주동백동산, 물영아리, 인제 대암산용늪 등 5개소를 포함한 시·군을 습지도시 후보지로 선정하였다(Ministry of Environment, 2015). 이에 창녕군은 우포늪을 중심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 갈 곳’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역주민 간담회 및 지역관리 위원회를 개최하여 습지도시 인증을 위한 노력하고 있다.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은 정부부처, 지자체, 환경단체, 어업 및 농업주민 등으로 둘러싸여 복잡한 이해관계가 형성된 사회시스템과,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토사의 축적을 유도하여 최대 저수량을 낮추는 버드나무 군락이 번성한 생태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은 기후변화에 의해 변화된 강수패턴에 대한 리질리언스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수위 관리에 실패한 지역주민들의 홍수 및 가뭄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예상치 못한 교란인 강우패턴 변화에 대한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의 리질리언스를 향상시키기 위해 복잡한 사회생태시스템의 의사결정 도구인 시스템다이내믹스기반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하여 수위 변화의 동태성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습지 관리방안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본 연구는 첫째, 현장조사 및 문헌고찰을 통해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에 대한 인과순환 구조를 파악하고, 둘째, STELLA 10.0.4를 사용하여 창녕군의 RCP 8.5 강수 시나리오에 대한 수위 변화 시뮬레이션 기본모델을 구축한다. 구축된 기본모델은 실제 수위데이터를 준거모드로 활용하여(Nakdong River Basin Environmental Office, 2016). 현실 설명력을 확보하기 위한 행태 유사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셋째, 수위 변화의 동태성 분석을 바탕으로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습지 관리 방안을 도출하고자 한다.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의 인과순환 구조를 분석한 결과, 2개의 균형 루프와 2개의 강화루프가 도출되었다(그림 1). 균형루프 B1에서의 강수량 증가는 우포늪의 전체수량과 수위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으로 하여금 홍수 위기를 느끼도록 유도한다. 홍수 위기가 지속되면, 우포늪 지역주민들의 의사결정에 의해 배수시설이 가동되고 우포늪에서 토평천으로의 배수량이 증가한다. 배수량의 증가는 다시 우포늪의 전체수량을 낮춰 적정수준의 수위를 유지하도록 한다(균형루프 B1).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 패턴 변화는 우포늪의 수리수문 시스템인 강화루프 R1과 균형루프 B2의 행태를 변화시킴으로써, 수위변화를 지역주민이 감지하여 홍수 위기가 유도되기까지의 과정에 시간지연을 발생시킨다. 시간지연 발생은 수위 상승에 적절한 배수시설 가동을 어렵게 하여, 빈번한 홍수발생을 야기할 수 있다. 버드나무 군락을 중심으로 한 강화루프 R1 또한 우포늪 수위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버드나무 군락은 성장하면서 개체의 흉고직경이 커지고, 단위 면적 당 버드나무 개체수와 토지피복 면적이 확장한다. 버드나무 면적의 증가는 토평천의 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유속을 줄이고 우포늪의 최대저수량을 감소시키므로, 강우 시 우포의 수위가 급격하게 상승하여 빈번한 홍수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따른 강수패턴 변화에 적응하고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포늪의 수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요구된다.
도출된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 인과지도를 바탕으로 우포늪 수위의 동태성을 분석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기본 모델을 구축하였다(그림 2). 구축된 기본모델의 현실 반영 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실제 수위 데이터와의 행태 유사성을 분석했다. 실제 수위데이터와 우포늪 사회생태시스템 기본모델의 수위 데이터를 비교한 결과, 두 데이터 모두 1월에는 2.4m까지 감소하고 8월에는 2.6m까지 증가하는 행태의 유사함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기본 모델의 현실 설명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현실 설명력이 확보된 기본모델을 바탕으로 우포늪의 토지이용 및 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경우를 가정하고 창녕군 지역의 RCP 8.5 강수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적용하였다. 기본모델에서는 강우패턴 변화에 따라 우포늪 수위가 2.5m을 중심으로 균형을 이루었으나, RCP 8.5 강수 시나리오가 적용된 모델에서는 점차 수위가 증가하는 행태로 분석되었다. 버드나무 군락의 경우 시뮬레이션 모델이 기본모델보다 빠르게 확장하여 우포늪 최대 가능저수량을 지속적으로 저하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 결과, 시나리오 적용 모델에서 2080년 이후의 우포늪 수위가 창녕군의 200년 홍수위인 3.1m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만약 우포늪 지역의 수위가 조절되지 않는다면, 홍수에 의한 빈번한 피해와 생물다양성 감소와 같은 생태시스템의 훼손으로 더 이상 사회시스템이 유지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포늪의 수위 동태성 분석을 토대로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습지 관리 방안을 도출하였다. 우포늪의 사회생태시스템의 붕괴를 방지하고 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우포늪의 수위조절시스템에 대한 안정적인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즉, 높은 강수량이 우포에 유입된다고 하더라도 원래의 수위로 빠르게 복귀되어 홍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리질리언스 향상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버드나무 군락 생태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다. 우포늪 수위조절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버드나무를 단계적으로 간벌하여 적정수준의 버드나무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토평천과 우포늪에 생육하고 있는 버드나무를 정기적으로 번성 범위, 높이, 밀생 상황에 대해 관찰 조사하고, 지하고는 2m 정도, 수고는 7m 정도 이하, 수관폭은 5~6m 정도이하를 원칙으로 하여 이것을 초과하는 나무에 대해서는 가지치기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둘째, 우포늪의 수리수문 시스템을 조절할 수 있다. 야생동식물의 서식처로 이용될 수 있는 버드나무벌채 시 생태시스템이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사회시스템에서 요구하는 적정수위와 생태시스템에서 필요한 적정수질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인 에코인프라스트럭처 도입이 필요하다. 에코인프라스트럭처는 물의 흐름 조절 및 생물 서식처 제공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으므로 사회생태시스템의 리질리언스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는 우포늪의 수위 동태성 분석을 통해 리질리언스 향상을 위한 습지관리 계획을 도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향후 우포늪의 습지도시 계획을 위한 통합적 중장기 전략수립에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