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정의 <혈투>(血鬪, 2011)는 ‘혈투’라는 영화의 제목이 관객들에게 대규모의 전쟁 장면과 역사적 서사를 기대하도록 만들었음에도, 실제적으로는 세 명의 주요 인물이 눈 덮인 만주 벌판의 버려진 객잔의 안과 밖을 배경으로 벌이는 혈투를 다룬다. 여타 영화에 비해 플래시백 기법의 비중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제한된 공간에서의 혈투가 현대사회에서의 인간 생존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혈투>가 그려내고 있는 치열한 삶의 조건과 인간 생존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명리학에서 말하는 십성(十星)의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의 해석이 필요하다. 사회의 기득권층을 형성하는 사람 중에 특별히 속이고 기만하는 편인(偏印)의 부정적 특징을 지닌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현실 세계는 ‘편인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평가가 있다. 두수, 이헌명, 장도영 등은 심리적으로 각각 상관(傷官), 편관(偏官), 정인(正印) 등의 십성을 나타내고, 각자 타고난 성정과 살아갈 힘[食傷]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식상제살(食傷制殺)의 삶을 살아간다. 세 인물 사이에 벌어지는 피범벅의 혈투 끝에 정인의 심리를 보여주는 도영만이 생존하게 된다. 도영은 ‘바름과 정직’, ‘창조와 돌봄’ 등을 의미하는 정인이라는 희망을 제시하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