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言 ‘ 麧 𥝖 籺 ’는 ‘겨’라는 義를 공유하고, 독음은 上古音 혹은 中古音에서, 韻頭는 ‘ㅎ’ 혹은 ‘ㄱ,’ 韻尾는 ‘ㅌ(ㄷ ㄹ)’으로, 대략 ‘곁 걑’ 등으로 읽었던 音近義通의 同源詞이다. ‘겨’는 곡물의 속껍질을 나타내는데, 文言 ‘ 麧 𥝖 籺 ’의 독음이 그대로 우리말로 정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우리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의 독음이 우리말 ‘겨’로 정착되는데 다른 어떤 글자들보다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麧 𥝖 籺 ’의 聲符 气는 氣가 아닌 乞의 變體이다. 이들의 독음은 중고음 이후에나 운미 ‘ㅌ(ㄹ)’이 탈락되었지만, ‘’는 上古音에서 이미 初聲이 ‘ㄱ’으로 분화되었고, 아울러 韻尾도 中古音에서 이미 ‘ㅌ’이 탈락되어 우리말 ‘겨’에 가깝게 읽었기 때문이다.
‘ 麧 𥝖 籺 ’를 우리말 ‘겨’의 語源으로 보는 이유는 이들의 음운변화와 우리말 ‘겉, 표면’을 나타내는 同源語들의 음운변화가 유사하기 때문이다. 上古音에서 ‘겉, 걑’ 정도로 읽던 ‘ 麧 𥝖 籺 ’는 中古音 혹은 近代音에서 韻尾 ‘ㅌ’이 탈락되어 ‘괴, 기, 괘’로 읽었다. 이들과 우리말에서 사물의 표면, 껍질을 나타내는 ‘겉’ ‘곁’의 ‘ㅌ’이 탈락되어 거푸집의 ‘거,’ 거죽의 ‘거,’ 거품의 ‘거,’ 꺼풀의 ‘꺼,’ 겨드랑이의 ‘겨,’ 알곡의 속껍질을 ‘겨’로 읽는 음운 변화가 同軌이고, ‘겨’란 단어는 농경문화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 초기는 열매나 알곡을 그대로 따 먹었을 것이다. 문화가 발전되면서 도정을 하였을 것이고, 나아가 소화나 밥맛을 고려하여 현미 상태를 백미상태로 가공하면서 ‘겨’란 부산물이 생산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겨’는 유목민 중심의 알타이어 보다는 농경정착민인 중국어에서 전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러한 문화적 환경은 위 文言들을 우리말 ‘겨’의 語源으로 추론함에 어느 정도 정당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