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이규보의 불교관련시를 통하여 유자로서의 입지에 충실했던 이규보가 무신집권의 시대와 불교문화의 시대에 관료지식인으로서 정치 사회적 현실과 갈등하고 적응하면서 형성된 불교인식은 무엇이며, 그것이 그의 시에는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이규보의 불교관련시는 불교적 서정의 형상화에 있어서나 공사상으로 대표되는 불교적 사유를 시화하는 데 있어 상당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의 詠物詩에 보이는 대상에 대한 직관적인 인식의 경향이 볼교관련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이규보의 불교인식은 주로 젊어서의 법화경과 노년의 능염경을 비롯한 경전을 바탕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데, 이규보는 空恩想을 비롯한 불교적 사유를 시화하는 데 있어서도 탁윌한 문학적 성취를 이룬 것으로 파악 된다. 山夕詠井中月에서 보이는 것처럼 달[月]과 달빛이라는 평범한 불교적 소재를 시화하는데 있어 그 상투성을 벗어나 작품 안에 불교적 사유를 시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 주었다. 그 소재가 가지고 있는 실상과 허상과의 관계에 주목하여 불교의 기본 교리인 空思想을 생경하지 않게 문학적으로 시화한 것이다. 이것은 그의 불교에 대한 이해가 단순한 이해의 정도를 넘어서 있음을 시사하는 예라 할 것이다. 본고는 이규보의 불교관련시가 그의 불교 교리 이해에 상응할만한 불교 인식을 갖추고 있음에도 佛敎詩로서 요구되는 종교성이 결여되었음을 지적하였다. 그가 노년에 보여 준 불교에 대한 신앙에도 불구하고 불교라는 주제는 그의 시에 있어 주된 흐름이라 할 수 없고, 그것은 儒者로서의 입장이 불교에 대한 종교적 신앙으로 대체될 수는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본고를 통하여 기대되는 것은 이규보의 불교 인식과 불교시에 보이는 국면들이 이규보의 개인적인 성향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당시의 불교에 대한 일반적 정서 또는 불교 문학적 성취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이 점이 밝혀진다면 본고의 논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 이규보의 佛敎關聯詩를 통한 불교시 일반의 특질을 구명한다고 하는 문제에 한 결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