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세기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인문학적인 깊이와 예술적 독창성을 가진 사람들을 매혹시켰고, 그 매혹은 햄릿의 말처럼 시대를 비추는 거울로서의 <햄릿>을 창조하게 된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된다. 러시아 연극사학자 아나톨리 스멜랸스키는 부박한 정치적 우여곡절을 지나온 러시아 연극은 셰익스피어가 말하는 거울로서의 연극의 정의를 확인하는 바로미터의 순간이라고 언급한다.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지난 세기 위대한 러시아 <햄릿>의 계보를 홅고 있는데, 그는 <햄릿>을 통해 러시아 현대사에 대한 탐독이 가능함을 주장한다. 이러한 러시아 연극과 <햄릿>과의 역사적 친밀도를 염두에 둔다면, 페레스트로이카라고 하는 변혁의 시기와 러시아 연극무대에서의 <햄릿>의 상관관계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정체에 빠진 소련사회에 대한 총체적 개혁으로서의 페레스트로이카는 그것을 계획한 국가 지도부의 기대와 그에 대한 인민의 요구와는 별개로 불안하고 위태로웠기 때문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러시아 무대에서의 <햄릿>에 대한 수용의 선상에서 격동과 격변의 시기인 페레스트로이카를 전후로 한 러시아 무대의 대표적인 <햄릿> 작품에 대한 공연분석을 시도한다. 고르바초프의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개혁의 핵심이었던 공간과 지형으로서의 모스크바에서 무대화된 <햄릿>에 대한 고찰을 통해 <햄릿>을 통해 수행했던 연극의 의무를 혼란의 시기에 예술가들이 어떤 식으로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연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