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샤머니즘적 접근을 통해서 이청준의 『이어도』에 나타난 희생제의적 양상과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가 지니고 있는 의미를 고찰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 이어도는 고대로부터 인간의 원초적 욕망,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공포를 극복해주는 수단으로서 활용되어왔던 샤머니즘적 숭배의 대상이며 동시에 현실을 살아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도에 대한 제주 사람들의 강한 집착과 신앙적 믿음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제주 사람들이 거친 바다와 싸워서 삶을 지켜내는 과정에서 뿌리 깊이 박힌 샤머니즘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속에서 술집 <이어도> 여인은 샤먼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죽은 자와 산 자의 넋을 위로해주는 주술적 행위로서 이어도와 관련된 노래를 비장한 태도로 부르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샤머니즘적 요인들은 현실적으로 불합리하고, 모순적인 것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제주 사람들에게 현실의 삶 또한 전혀 논리적이지 않다. 따라서 제주 사람들은 비논리적이고 모순된 현실의 삶의 애환을 치유하고 정화시킬 수 있는 토대로서 이어도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주 사람들에게 이어도는 현실의 결핍을 충족시켜주고, 이상적 세계를 꿈꾸게 해주면서 삶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