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1악장에 대한 분석이다. 바흐의 《파르티타》 제3번 ‘프렐류드’와 그레고리성가 ‘진노의 날’에서 인용한 선율을 특징으로 하는 이 곡은 과감한 화성과 혁신적인 연주 기법으로 인해 독창적이며 동시에 실험성 짙은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악곡이 취하는 소나타 형식의 구조와 디자인은 전통적인 틀 안에서 실험적 요소를 성공적으로 녹여낸 이자이를 절충주의 작곡가로 평가하게 한다.
바흐의 E장조 프렐류드는 이자이에 의해 a단조의 딸림화음으로 재맥락화되어 제1주제로 기능하고 있으며, 선법성 짙은 그레고리성가 역시 그 명맥을 유지한 채 딸림조성인 e단조에서 제2주제로 기능한다. 바흐와 이자이 사이 나타나는 다층적 대조는 유려한 성부진행을 만들며 쉔커가 말하는 소나타 형식의 제시부 조건을 충족시킨다. 거시적 버금딸림화음을 연장하는 발전부는 쉔커가 말한대로, 딸림화음을 향해 진행하지만 46화음을 통한 이례적 접근은 작품이 갖는 독창성을 확보해준다. 으뜸화음의 복귀와 함께 이루어지는 ‘진노의 날’은 재현부의 시작을 알리며, ‘뒤바뀐 소나타 형식’의 디자인을 제안한다. 원조성인 a단조 위에서 펼쳐지는 주제 요소들의 재배열은 바흐와 이자이 사이의 첨예한 대조를 죽음을 향한 비극으로 승화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