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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성지로서 마을 내 돌탑 신앙의 특성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Belief of a Stone tower in Village as a Sacred Natural Sites

  • 언어KOR
  • URLhttps://db.koreascholar.com/Article/Detail/334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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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생태학회 (Korean Society of Environment & Ecology)
초록

자연성지는 ‘성지(Sacred sites)’의 일종으로 자연적인 지 역뿐만 아니라 인공적이거나 기념물적인 지역까지도 포괄 하고 있으며(한국보호지역포럼, 2002). 그 범위는 나무 한 그루에서부터 한 지역 전체까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상당수의 자연성지는 종교를 연원으로 하는 환경적 가치를 인정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제기구에서도 다양한 계획과 협약, 선언 등을 통해 자연성지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IUCN에서는 6개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전반에 걸쳐 자연성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보다 명확한 인식과 관리를 위한 개선이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자연성지가 지니는 생물 다양성뿐만 아니라 사회적·문화적·미적 가치를 아우르는 통 합적 개념으로서 인류의 유·무형적 유산에 해당함을 공감하 는 추세에 있다. 국내에서는 성황당이나 신당수, 돌탑 등이 민간신앙과 결 합하여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신성시되면서, 오늘날까지 자 연성지로서의 모습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일부 국립공원이나 자연문화재(천연기념물, 명승) 등의 보호구 역 내에 소재지가 포함되어 있으며, 신앙의 대상으로서 행 해지는 제례나 굿 등의 향토유적, 무형문화재 등의 지방문 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법적으로 지정된 보호지역 외부에 자연성지가 위치할 경우 자연성지의 인정과 보전·관 리에 어려움이 있다. 국내에서도 자연성지에 대한 제도적 기반은 마련되어 있지 않고 있으며, 관련 연구 또한 시원적 단계에 있다. 관련 연구들은 주로 당산목이나 당산숲 등을 중심으로 입지적 특성, 생물다양성, 식생현황 등 생물학적 연구가 주 를 이루고 있으며, 마을행사를 중심으로 하는 민속학적 연 구가 수반되고 있다. 이는 당산제의 대부분이 나무 앞에서 제를 모시기 때문에 노거수나 신당수 등 수목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입석이나 돌탑은 당산제와 별개의 것으로 구분하는 경향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당산이 나 무, 입석, 돌탑 등 여러 형태의 신체를 가질 수 있고 실제 마을의 돌탑 중 57.1%가 제례의 대상을 설정하고 있다는 점은(국립무형유산원, 2015), 돌탑을 신앙의 대상으로 보아 야 할 당위성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돌탑은 노거수나 산, 폭포 등 기존 자연물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민간신앙과 달리 돌이 지닌 반영구적 특성에 기인한 신앙적 대상이자 주민들이 정성을 들여 쌓아올린 원초적, 인공적 산물이라는 차별성을 지니고 있으나 민속학적 연구 외 자연성지 관점에 서 돌탑을 대상으로 시행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한 실정 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자연성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자연성지가 지니는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산디마을의 숭배 대상인 돌탑에 적용하여 자연성지로 서 지니는 특성을 살펴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구의 대 상인 산디마을 돌탑은 탑제와 함께 1998년 대전광역시 무 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지속적인 보호관리가 이루어지고 있 으며, 전국의 돌탑 신앙 가운데 가장 원형적인 모습을 간직 했다는 평을 듣고 있어(경향신문 2011년 1월 10일자 보도 자료) 마을의 돌탑신앙을 살펴보는 데 대표성을 지닐 것으 로 판단된다. 자연성지는 특정 민족이나 공동체에게 특별한 영적 중요 성을 갖는 육상 또는 해상의 지역으로 정의하고 있으며(한 국보호지역포럼, 2002), 지역의 문화적 가치와 패러다임에 의한 보호의식 형성, 주변 자연환경의 보전, 경관과 미적가 치 등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지역 공동체와 관련된 자연성지들은 자연환경의 보호가 제도적으로 정비되기 이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자연보호 와 관련한 윤리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일반 자연환경 에 비해 그 자체로서의 영적인 가치뿐만 아니라, 해당 지역 의 종교적 신앙심에 기원한 경외심, 보호의식 등의 패러다 임이 오랜 시간 지속되면서 변화나 훼손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보호의식은 신앙의 대상물뿐만 아니라 그 주변 자연환경까지도 보전의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오랜 기간 동안 지역공동체들은 마을 내 기금을 통해 성지를 보 호함으로써 주변의 화초나 수목, 지형, 하천 등이 현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그 결과 자연성지 일대는 최 소한의 인공적 개입만이 이루어졌으며, 토산물을 재료로 하 고,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경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산디마을의 돌탑신앙 또한 산디마을 주민들의 보호의식 과 관련지을 수 있다. 과거로부터 신성시되어오던 돌탑은 1970년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행해졌던 미신타파운동에 도 영향을 받지 않았으며, 제관으로 선정된 주민은 탑제를 앞두고 엄격한 금기와 재계를 수행하는 등 탑제를 경건한 의식으로 인식하였다. 이에 따라 그 대상 또한 보호의 대상 으로 여기게 되었으며, 탑이 무너질 경우 주민들의 자구적 인 보수가 시행되기도 하였다. 또한 금강 하류지역으로 갈 수록 돌탑신앙이 점차 희소해지고, 서해를 끼고 있는 보령· 서산·홍성·태안 등의 내포지역에서는 전승되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희소성이 크다(강성복, 2011). 산디마을의 돌탑은 마을 입구 계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2개의 탑으로 할아버지탑, 할머니탑으로 불리고 있다. 돌탑 의 형태는 잡석을 쌓아올린 원추형으로 국내 돌탑에서 나타 나는 전형적인 유형에 해당한다. 할아버지탑은 산비탈의 경 사에 기대어 축조되어 있으며, 작은 머릿돌을 올려두었다. 할머니탑 또한 원추형 돌탑으로 두 그루의 노거수에 면해 있으며, 뾰족한 형태의 머릿돌이 세워져 있다. 또한 돌탑 주면에는 휀스가 둘러져 있으며, 수림지가 우거져 있다. 산 디마을의 구조는 예로부터 벌집 또는 장군 형국으로 마을입 구가 마을을 드나드는 유일한 통로였으며, 좁을수록 마을이 풍요로워 진다고 여겨지고 있었다. 이에 과거에는 마을 입 구에 울창한 숲이 조성하여, 풍수비보의 기능을 부여했으 며, 1938년에 세워진 조림불망비(造林不忘碑)에 의하면 골 짜기에 부는 강한 바람을 막고자 하는 방풍림의 역할을 하 기도 하였다(이필영, 2001). 돌탑은 이 수림지의 경계에 위 치하여 마을의 입구를 상징하는 장승이자, 외부로부터의 나 쁜 기운을 막아주는 서낭신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매년 정 월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탑제를 지내고 있다. 한편, 오늘날 자연성지는 외부의 위협요소가 산재하고 있다. 자연성지가 제도권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 지속적인 보호관리 뿐만 아니라 자연성지로서의 인정 자체 도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다. 자연성지의 위협 요인으로는 개발사업에 따른 자연성지의 침범과 현대화에 따른 신앙체 계의 전환 등을 들 수 있다. 산디마을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되어 외부의 개 발압력은 확인되지 않으나, 국가에서 시행한 마을 진입도로 의 변화가 주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마을로 진입하는 소로는 과거 우마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이었으나, 1959년 미군부대가 장동 일대로 들어오면서 확장되었으며(중도일보 2017년 9월 1일자 보도자료), 2012 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대덕구청 에서 진입도로를 확장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또한 2015 년 산디마을 진입로 주변에 오토캠핑장이 조성되면서 마을 의 수림지와 시내 면적이 상당부분 축소, 파편화되었으며, 2012년 실시한 하천정비공사는 할아버지탑과 할머니탑 사 이의 시냇물 주변에 콘크리트 제방과 징검다리를 설치하면 서 과거의 경관이 변화하게 되었다. 이외에 현대화에 따른 신앙체계의 전환은 마을 내부적으 로 탑제의 전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을 주민의 노령화 와 젊은 층의 이주로 인한 공동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외부로부터 이주해온 주민들은 마을 행사에 불참하면서 탑 제의 준비와 시행이 필요한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일례 로 탑제 이후 실시하는 풍물놀이 또한 마을 주민으로 충당 하기 어려움에 따라 대전시와 대덕문화원에서 풍물놀이패 를 지원하고 있으며, 마을 주민들이 갹출하는 금줄의 양도 상당부분 감소하여 외부의 인력을 들여 탑제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산디마을 돌탑은 오랜 기간 동안 산디 마을 주민들에게 서낭신, 액막이, 풍수적 비보 장치로서 신 성시되어 왔으며, 자구적인 보수가 이루어지는 등 지역 공 동체의 보호의식이 보존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이에 따라 주 변의 수림지와 시내 등 주변의 자연경관까지도 보호되는 등 자연성지로서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도로확장 이나 하천정비 등의 개발 사업에 의해 자연성지의 파편화가 이루어졌으며 현대화에 따른 탑제 수행 인력의 부족 및 전 통 신앙에 대한 무관심 등이 위협요인으로 도출되었다.

저자
  • 김동현(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 Dong-Hyun Kim
  • 이원호(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 Won-Ho 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