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적 ‘유전자 결정론’은 인간의 존재에 대한 회의를 표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불교에도 무아사상(無我思想)을 말하며 존재에 대한 부정을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두 이론의 사고(思考)는 회의주의 또는 허무주의적 사고로 빠질 수 있는 이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회의주의적 시선을 잠재우기 위해 불교에선 불성(佛性)을, 그리 고 진화생물학을 대두시킨 도킨스는 밈(Meme)을 내세운다. 불교에서 말 하는 불성의 상징은 무명(無明)을 벗은 ‘깨달은 자’이다. 이러한 각자(覺 者)는 세상 만물이 항상 함이 없고[無常] 서로 연기(緣起)되어 있음을 알 아 아상(我相)에 대한 분별심이 없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아상을 부정하 고 진아를 깨달음으로써 이고득라(離苦得樂)을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도킨스가 주장하는 ‘밈(Meme)’, 즉 문화적 유전이 우리를 진보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도킨스의 진화생물학의 환원주의적 시선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진화생물학은 시종일관 인간을 다른 자연 만물과 동일한 위치에서 해석하다 다소 급하게 ‘밈’이라는 개념을 도입하 면서 인간의 주체와 자율성을 회복하고자 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 역설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결국 진화생물학적으로 본질적 인간 존재는 DNA의 운반체이고, 우리의 모든 욕구와 의지가 DNA의 맹목적 생존과 결부되어 있다면 인간의 주체성과 자율성은 확보될 수 없는 것으 로 보이며, 이에 회의주의 또는 허무주의의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는 이론 이라 하겠다. 위와 같은 비교연구는, 불교의 입장에선 다소 초월적으로 여겨졌던 무아사 상을 진화생물학적 근거를 빌려 방편적으로 설명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진화 생물학적으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이론적 함정, 즉 주체성과 자율성의 확보문제를 불교적 교리가 그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 불교와 진화생물학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