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화 는 풍수지리적인 단편 소설이다. 산화 의 공간 뒷골은 풍수적으로 보아 화기(火氣)가 많아 좋지 않으며, 이를 겨우 살게 하는 것은 수기(水氣)의 형상화로서 ‘뒷실이’의 존재이다. 그러나 죽은 소까지 고기로 팔아치우는 윤참 봉의 악행으로 마을 사람의 절반이 죽어간다. 뒷실이도 사경을 헤매는데, 이는 수기(水氣)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분노한 사람들은 불을 내고 윤참봉에게 복수를 하러 몰려간다. 마을이 혼란에 빠지자, 그동안 파국의 전조로 생각되던 저 너머 홍하산의 산불이 운문산으로 번져 내려온다. 한편, 최창조가 재구성하 고자 하는 도선의 전통풍수와 마찬가지로 김동리의 공간인식은 모성적인 것으 로 이해되는데, 김동리는 ‘산화’의 산불을 농민들의 분노라 해석하는 동시에, 모 자 이자관계의 황홀경에서 보았던 초파일의 연등이라는 선문답을 하기도 한다. 이는 폭력의 심급과 젠더성에 대한 고찰을 하도록 한다. 한쇠를 중심으로 읽으 면 산화 의 산불은 저항적인 것이 된다. 그러나 뒷실이를 중심으로 읽으면 산 불은 인간의 모든 것을 멸하는 모성적인 신적 폭력이 된다. 후자의 독법은 김동 리가 제3르네상스를 추구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김동리의 『을화』와 치누아 아체베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대상으로 한다. 두 작품은 모두 기독교와 토착 신앙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차이점 또한 확연하다. 을화 에서 기독교는 서구 제국주의와 동의어가 아니며, 기독교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토착 신앙과 가치체계를 고수하는 부모 세대와 기독교적 가치체계를 받아들인 아들 세대는 서로 충돌하게 된다. 그 결과 을화에서는 아들 영술이,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에서는 아버지 오콩코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영술의 죽음은 기독교가 토착 신앙화되고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결합하면서 일어난 것이었다. 오콩코의 죽음은 기독교로 대표되는 서구 제국주의 세계의 폭력 때문이었다. 그러나 두 작품의 결말에서, 기독교와 지배 이데올로기의 양 면성을 읽을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를 희생양으로 삼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존중받아야 할 문화를 삭제하는 제국주의가 모두 폭력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 다. 종교가 지배 이데올로기와 결합하면서 빚어진 죽음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두 작품을 재독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기반으로 종교 간의 갈등이 문학작 품에서 그려지는 조건과 인물형을 유형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