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종교에 있어서 용서의 본질에 대한 문제를 탐구하는 것이 다. 이청준은 자신의 소설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 『벌레 이야기』는 용서와 구원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를 독자들 에게 묻는다. 『벌레 이야기』는 관찰자가 각 장면을 선택하고 배열함으로써 사 건을 입증하는 방식을 취한다. ‘나’는 이 작품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건들을 설 명하고, 검토한다. ‘나’의 증언에 따르면, 아내는 아이의 죽음을 잊어버리기 위 해서 종교에 귀의하지만, 무기력하게 종교의 희생자가 되었다. 『벌레 이야기』는 진정한 용서, 인간 존재,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아 내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잊어버리기 위해서 자살을 감행하지만, 그녀의 자살은 삶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억압하는 관계와 현실로부터 도 피함으로써 현실에서 실존성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억압적 이고 엄격한 종교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이청준은 인간 존엄성의 중요성과 도 덕적 가치에 바탕을 둔 양심을 강조하고 있다.
「벌레 이야기」는 자식의 유괴 피살로 고통을 겪는 한 어머니가 기독교 신앙을 수용하려 했으나 신정론적 고뇌에 부딪혀 자살하게 된 경위를 보여준다. 반면 「남경의 그리스도」는 한 경건한 창녀가 믿는 예수 그리스도가 그녀의 삶에 일으킨 기적을 보여준다. 「벌레 이야기」의 그녀는 용서의 주체가 되어야 할 자신이 빠진 가운데 범인에 대한 신의 구원 계획이 그를 용서했다는 절망감으로 자살을 선택한다. 그래서 서술자인 ‘나’는 아들과 아내의 죽음을 신의 섭리에 희생당한 희생자의 개념으로 파악하고 인간을 위한 인간의 신학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반면 「남경의 그리스도」에 등장하는 금화는 자신의 불행한 처지 가운데서도 오직 주관적인 믿음으로 매독을 치료받는 꿈의 기적을 체험한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신비체험을 전해들은 ‘그’는 금화가 그리스도라고 믿고 있는 그 실제 인물이 누구인가를 알고는 있지만 금화에게 알리지 않는다. 이처럼 신앙은 신의 말씀이나 약속에 대한 개인의 태도요 결단에 속하는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