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무진봉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조식의 사회변혁론을 정리해 봄으 로써, 실천적 유학자로 지칭되는 조식의 문제의식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무진봉사」에 나타난 조식의 사회 변혁론은 한마디로 군왕의 도덕적인 인격의 완성을 토대로 한 ‘덕치’를 핵심으 로 하고 있다. 군왕의 도덕적 인격완성은 인재의 등용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문 제의 해결 등 모든 정치의 출발점이자 토대이다. 즉 인재를 등용하는 것도, 관 리들의 비리를 척결하는 것도, 그 밖의 모든 정치․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 쇠는 바로 군왕의 수신에 있고, 군왕의 수신에서 시작한다. 이와 같은 덕치를 통한 조식의 사회변혁론은 지나치게 원론적이고 이상적이 라는 측면에서 비판받기도 하지만, 훈척정치의 폐단이 문제가 되었던 당시, 제 도와 그것을 제대로 지키려는 인간의지 사이의 간격을 메우는 작용을 할 수 있 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고안된 민주적 절차가 점차 형 식화 될수록 인간성의 실현으로부터 멀어지는 오늘날의 상황에서도 형식화된 민주적 절차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것으로 주목될 수 있다. 또한 덕치의 이상은 현실을 재단하고 비판하는 척도로 작용함으로써 이미 충분한 의미를 가 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조식의 이러한 덕치는 관학파에서 훈구파로 이어 진 역사의 전개과정을 개인의 도덕적 수양을 토대로 하지 않고, 단지 법과 제도 에 의지한 정치를 지향한 것으로 파악하고, 그러한 단면적인 추구가 결국은 정 치․사회적인 다양한 문제들을 생성시켰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제기되었다고 이 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