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발표에서 이해를 시도하는 澹山 河祐植(1875~1943)은 지금까지 본격적 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새로운 연구 대상이다. 이에 본 연구는 그의 文集 인 澹山集을 통한 텍스트 분석에 치중하였다. 澹山集은 그가 사망하고 십 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간행되었지만, 그 編次는 그가 생전에 손수 확정해 놓은 면모 그대로였음을 추정할 수 있다. 澹山集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담산의 인생에는 다음의 세 가지 특기할 만 한 사항이 눈에 띈다. 첫째, 南冥學을 수용함과 아울러 艮齋 田愚에까지 이어지 던 栗谷學을 함께 계승한 學問淵源을 지니고 있다. 둘째, 일제의 침략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항거하는 대신 비협조로 일관하며 조선왕조에 대한 충성을 변치 않 는 ‘靖獻’의 삶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셋째, 學問淵源이 닿은 선현들의 문집 간행을 돕고 집안에 전해지던 遺文을 수습하여 간행하는 등 문헌의 정리와 간 행 사업에 전념하여 업적을 남기고 있다. 조선왕조가 망국의 길을 걷는 과정과 일제의 식민통치시기를 몸소 겪어야 했 던 담산은 ‘時義’를 중시하는 出處觀을 지니고 있었으며, 우주의 원리와 心性의 원리 및 양자의 관계성을 통일된 원리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心性論에 대한 심 후한 소양을 지니고 있었다. 담산이 일제의 식민통치 하에서 변절하지 않고 끝 까지 절조를 지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마음공부가 작용하고 있었다고 하 겠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잘 살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 채 인물의 도덕성을 부차적 문제로 간주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담산의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해주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