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의 연구대상은 서예의 이론적 개념이지만 연구방법은 창작과정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봉(露鋒), 장봉(藏鋒), 과봉(裹 鋒)의 운필(運筆)에 대한 분석을 집중적으로 했다. 노봉은 이왕(二王) 위주의 전통적인 ‘첩파(帖派)’에서 주로 사 용했는데, 이는 위진(魏晋)시기에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장봉과 과봉은 모두 장봉에 속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차이 가 있다. 첫째, 여기에 말하는 장봉은 필봉을 드러내지 않고 붓 을 대어 쓰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안진경으로 대표되는 전 주(篆籀) 필의가 이러한 용례이다. 그러나 과봉은 글씨를 쓰기 전에 필봉을 거꾸로 감싸서 글씨를 쓸 때 필봉의 마찰력을 증 가시키기 위한 방법이다. 따라서 장봉과 과봉은 붓을 다루는 동작과 목적에서 모두 큰 차이를 보인다. 둘째, 시간적으로도 차이가 있다. 장봉은 주로 장욱과 안진경 이후에 유행했으며, 중국서예사에서 여전히 ‘첩파’의 서풍에 속한다. 그러나 과봉은 청나라 ‘비파(碑派)’에서 주로 유행했으며, 과봉은 ‘비파’의 주요 한 용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 비파와 첩파의 심미기준이 대립되어 양쪽이 경쟁한다고 생각하지만 필자는 비파의 심미기준과 품평 언어는 이전의 첩파 심미안을 토대로 보완하여 확장했다고 주 장한다. 서예의 발전은 기존에 형성된 최고의 기준을 계속해서 변형하고 재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