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지난 2019년 4월 선고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주목한다. 이 결정은 한편으로는 낙태 합법 화 논쟁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명, 논증, 정치라는 다양한 철학 적・인문학적 논쟁 지점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선 오늘날 생명권 연성화가 불가역적 현상이 되고 있음에도, 헌법재판소는 이에 관한 엄밀한 논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 또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 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의 기본권 충돌 논리를 벗어나려 하면서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또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법적 실무에서도 많은 혼란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넓은 의미의 정치의 사법화 현상으로서 재고가 필요한 지점이다.
(형)법이 규율하고 있는 행위 중에 오래전부터 비범죄화가 주장되는 범죄가 있다. 특히 sexuality와 관련된 문제가 많은데, 낙태죄, 성매매, 간통죄 등이 대표적이다. 사회통제를 위해 범죄화했던 사안들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법 개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과 맞물려 있는 사안 중 끊임없는 논쟁 속에 있는 것이 낙태에 대한 것이다. 범죄행위로 낙태를 처벌할 것인가. 아니면 임부의 낙태권으로 인정할 것인가이다. 재생산 조절 능력은 여성들의 삶의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낙태는 범죄성을 떠나 원치않는 임신을 조절하는 하나의 행위로 존재해 왔다. 낙태를 금지하거나 낙태를 어렵게 또는 비용이 많이 들도록 만드는 법은 임부에게 매우 중요한 자유와 기회를 박탈한다. 임부가 조기에 안전한 낙태를 하지 못하여 원하지 않은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삶을 파괴하는 것과 같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자기낙태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도, 태아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에는 여성이 임신 중 또는 출산 후 겪게 되는 어려움을 도와주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하고, 자기낙태죄로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은 더 이상 자기낙태죄를 통하여 달성될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자기낙태죄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데 이러한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것은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결정하였다.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기본권의 충돌을 전제하는 낙태에 관한 논쟁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국가나 사회가 복지시스템으로 임부 및 새 생명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 줄 수 있다면 낙태율은 현저히 감소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마련없이 개인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낙태를 결정한 임부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낙태는 임부(여성)가 태아의 생명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출산이후의 양육, 보호 등에 대한 절대적 책임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