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불교에 돈오가 경전을 통하여 최초등장한 시기는 대당 신룡 원년 (705) 반라밀제가 한역한 『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이다. 그러나 『경전전등록』에 의하면 이보다 약300년 앞서 위진 시기 도 생에 의해 돈오가 주창되었다고 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돈오에 대한 주장이 역사적으로는 어떠한 준거들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찾아서 재조명해 보았다. 그리고 달마에서 육 조에 이르기까지 중국선종사의 흐름을 살펴보았다. 또한 선불교의 핵심으 로 자리 잡게 된 돈오사상을 대주혜해의 『돈오입도요문론』을 중심으로 전승과정의 문제점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돈오입도요문론』에는 최초 역주되거나 주장된 돈오의 본질 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수행법의 한 형태인 것처럼 왜곡되어 전승되고 있 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즉 최초의 번역이 이루어졌던 초기에 돈오의 의 미는 수행 중에 나타나는 깨달음의 현상을 표현하였던 것이었다. 예컨대 본고에서 이론적 근거로 삼고 있는 구차제정이나 칠각지의 기록유산에 따르면 “깨달음은 순간이며 희열을 동반한다”라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어 사전의 기록을 보면 “돈오(頓悟:dùnwù)”를 “불교의 참뜻을 문득 깨닫다”로 표기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은 『능엄경』과 『대승본생심지관경』과 『대승이취육바라밀 다경』 등에서도 그 준거를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간적 흐름이 경료되면서 이러한 돈오 본연의 의미가 변형되 어 수행법의 한 형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기조 아래서 성립된 혜해선사의 『돈오입도요문론』은 결국 허상 과 실상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보인다. 따라서 본고의 연구는 돈오를 수행기전으로 삼고 있는 수행자들에게 그 돈오의 본질을 다시금 뒤돌아보게 할 것이다. 또 붓다의 올바른 가르 침을 실천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 논문에서는 『육조단경』에 나타난 무상(無相)과 무주(無住)의 의미 를 통해 돈오(頓悟)와 무념(無念)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육조단경』에서 드러나는 육조 혜능의 선사상은 『열반경』의 불성사상과 『금강경』의 반야사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혜능은 일체중생이 본래 구족하고 있는 반야의 지혜와 자성(自性)의 청정한 본성을 깨달아 망상과 미혹에서 벗어나 지혜인(智慧人)이 되도록 설법하고 있다. 이처럼 지혜와 자성을 단박에 깨닫도록 하는 혜능의 주장은 남종선의 근본적인 깨달음의 입장과 일치한다. 남종의 반야사상은 수증의 실천론으로서 무념, 무상, 무주의 선법(禪法)에서 정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혜능은 모든 중생에게 동일한 불성이 존재한다는 초기 선종의 흐름을 따르면서 자성(自 性)과 자심(自心)의 불성 관점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육조단경』은 선 사상의 핵심으로 돈오(頓悟)를 제창하면서 수행론인 동시에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할 경지로서 무념, 무상, 무주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육조단경』에서 돈오의 배경으로 제시된 불성론과 반야론 입장에서 무념, 무상, 무주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