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의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 이건용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한국어의 음악적 표현 을 ≪동승≫(2004)과 ≪왕자와 크리스마스≫(2010)의 몇몇 아리아 및 합창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를 행함에 있어 한국어 고유의 특징인 장단, 고저, 억양, 음절언어적 특성, 말토막 개념 및 음악 에서의 박자 악센트와 리듬 악센트 등을 활용했다. 그 결과 이건용의 오페라에서는 문장 및 말토막이 본래의 언어적인 호흡을 유지한 채 음악화 되었으며, 한국어의 장단구조, 수식구조, 단어의 높낮이, 문장의 억양 등이 다양한 박자 악센트 및 리듬 악센트와 결합하여 해당 텍스트의 음운론적인 측면을 강화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이건용의 오페라는 단어 및 문장에 새로운 장단이나 악센트 등을 부여하기도 하였다. 이 경우 해당 선율들은 ‘방언’을 구사하거나 특정 인물의 성격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이외에 도 한국어의 음절언어적 특성을 드러내듯 음악의 흐름 안에 또렷하게 인지되는 고른 텍스트의 분 포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런 성부를 토대로 하는 대위법적인 짜임새의 표현성이 두드러졌다. 화성적으로 반음계 섹션을 등장시킴으로써 해당 구간에서 발화되는 텍스트를 독특한 방식으로 청취되도록 하거나, 실제 언어 수행 시 나타나는 상호작용적인 담화방식, 감정이 섞인 말의 반복, 특정 연령 집단이 보여주는 언어적 행동 등을 오페라 안에 음악적으로 구현한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이건용의 오페라는 한국어를 민감하게 다루고 있으며, 한국어의 다양한 음운론적인 특 징과 담화 상의 속성 등을 음악적으로 반영함으로써 표현력을 강화한다. 따라서 이건용의 오페라 는 개인의 오페라 작법을 구축한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오페라’로서의 기본적인 속성을 스 스로 구체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