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존 밀링턴 싱의 작품『데어드라의 슬픔』을 셰익스피어의『로미오와 줄리엣』과 예이츠의 『데어드라』를 비교, 탐구한다. 싱과 예이츠는 그들의 극을 아일랜드의 데어드라 전설에 근거했지만 줄리엣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싱의 데어드라는 여전히 어렴풋하고 신화적인 예이츠의 여주인공과 크게 다르다. 싱의 데어드라는 신성하거나 거룩하지도 않지만 인간임이 무엇인지 보여주는데, 이것은 그가 작품을 쓰고 있을 당시에 가졌던 그의 삶에 대한 고민들을 반영한다.
19세기 후반기에 작곡된 차이코프스키의 환상서곡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은, ‘환상서곡’이라는 고유의 장르명에도 불구하고, 이 곡들이 갖는 표제 적 특성에 주목함으로써, 신독일악파의 교향시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위의 곡들은 고전주의 형식 원리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교향악적 음악의 새로운 이상을 추구”하는 동시에, “내용이 형식을 결정”하는 교향시의 의도와 구별된다. 왜냐하면 두 곡의 환상서곡 모두 서주부와 코다 사이에 제시부, 발전부, 재현부(혹은 제시부와 재현부) 가 포함된 소나타악장 형식에 기초하고 있어, 서로 다른 표제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형식 적 틀이 서로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 곡들의 악곡구성, 특히 표제의 음악적 구현을 위해 주제변형, 에피소드의 삽입, 종결 지향적 구성 등과 함께 소나타악장 형식의 변형을 보이는 것은 전통적인 표제적 연주회용 서 곡, 그 중에서도 ‘극적 특성’을 갖는 서곡들의 전통 안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연주회용 서 곡이 교향시의 등장과 함께 쇠퇴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창작되었고, 교향시와 뚜렷이 구별되 어 장르 자체의 독자성을 유지한 채 19세기 표제적 연주회용 서곡의 전통을 계속해서 이어가 고 있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