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이미 존재하는 클래식음악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장면에서 관객이 경험하게 되는 의미 생성의 과정을 탐구한다. 이미 잘 알려진 음악이 사용된 장면에서 관객은 음악의 내적 요소들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존 음악에 대한 외적 정보와 이전 청취경험에 기대어 영상과 내러티브, 음악이 어우러져 생성하는 의미를 판단하게 된다. 2015년 개봉되어 천만 관객을 동원한 『암살』은 잘 알려진 클래식음악을 활용하여 특정 장면이 갖는 내러티브적 기능을 극대화 한 주목할 만한 사례들을 갖고 있다. 『암살』에 사용된 드보르작의 ‘유머레스크’와 《신세계 교향곡》 중 제2악장 ‘라르고’,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 내러티브 전개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플롯을 강화하거나 때로는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필자는 샤타(Juan Chattah)가 포코니에와 터너(Gilles Fauconnier and Mark Turner)의 ‘개념적 통합연결망’(conceptual integration network, CIN)에서 발전시킨 은유 모델을 영화음악 분석에 적용하여 영화와 음악의 외적 정보들 간 의미 변환에 대한 분석틀을 제시하고 이에 따른 의미 생성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드보르작과 슈만 악곡의 생성 배경과 수용 과정에서 나타난 담론 들을 탐구하고 이들이 영화의 특정 장면에 사용되어 촉발해낸 다양한 함의들에 대해 샤타의 ‘상징적 은유 모델’(symbolic metaphoric model)과 ‘아이러니 모델’(irony model)에 기대어 추적하였다. 음악에 의한 의미 강화와 아이러니 효과에 대한 이론적 접근은 친근하지 않은 개념을 익숙한 물리적 세계로 끌어와 사고하는 인간의 속성, 나아가 다중 매체에서 그러한 조응 관계를 인지적으로 연합하는 판단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근거를 마련하였다.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하여 실존 인물에 관한 영화를 제작할 때에는 관련된 사람들의 인격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 이 논문에서는 이러한 인격권 중 대표적인 것들인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 초상권에 관하여 주로 살펴 보았다. 명예훼손에 해당하려면, 우선 영화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 피해자로서 특정되어야 한다. 작중 인물과 실존 인물의 이름, 신체상의 특징, 나이, 가족관계, 직업 등이 유사하여 일반인이 그 영화가 실존인물을 묘사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면 그 실존 인물이 피해자로서 특정되었다고 볼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의 사건이 너무나 환상적이고 기괴하여 어떤 이성적인 관객도 그것을 사실의 묘사라고 받아들이지 아니할 정도라면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할 것이다. 영화에서의 인물이 특정한 실존 인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판단되더라도, 영화로 인한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공공이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서 그 목적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일 때에는 진실이라는 증명이 있으면 행위에 위법성이 없으며 또한 그 증명이 없더라도 행위자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위법성이 없다고 볼 것”이라는 위법성 조각 사유는 영화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요건에 해당하면 명예훼손적 사실의 적시가 있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된다. 위 위법성 조각사유의 적용여부에 대해 의사 표현의 내용이 아니라 표현 수단의 종류를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것이므로, 의사 표현의 수단을 영화로 선정하였다고 하여 위 위법성 조각 사유의 적용에서 배제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위 위법성 조각사유의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서 대법원이‘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의 의미나 ‘목적의 공익성’을 넓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 공공성을 부정한 판례들을 검토해 보면 지나친 사생활 공개나 비방의 목적이 강한 경우 등에 한정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성을 부정해서도 안된다. 영화가 실화에 근거하기는 하였으나 일정하게 각색된 경우에도, 사실에 충실하게 근거한 부분에 대해서는 진실성 내지 상당성이 있다고 보아 위법성 조각사유를 적용해야 할 것이다. 공적 사안 및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에 관한 것인지,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지 등의 기준에 따라 명예훼손의 성립을 완화하는 새로운 판례의 기준도 영화에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그 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한 표현인 경우에는 학문적으로나 예술적으로 보다 자유롭게 탐구 또는 표현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하고, 이러한 가치는 역사적 인물 또는 그 유족의 명예를 보호함으로써 달성되는 가치보다 소중한 것으로 배려되어야 한다는 점이 위법성 판단에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다. 사자(死者)의 경우, 사자를 명예의 주체로 인정하더라도 침해의 정도가 중대한 경우에만 명예훼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사자가 명예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사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사생활 침해와 초상권 및 성명권의 침해는 명예가 훼손되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성립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프라이버시권을 초상권, 성명권 등과 별개의 개념으로 다루고 있으므로, 프라이버시를‘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와 동일한 의미로 정의하고, 초상권, 성명권과는 별도의 개념으로 다룬다. 다만, 이들 모두를 광의의 프라이버시권에 포함시켜 검토하였다. 미국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사생활에의 침입, 난처한 사사의 공개, 오해를 낳게 하는 표현, 성명 또는 초상의 영리적 사용으로 나누어 검토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인격영역론에 따라 인격영역을 내밀영역, 비밀영역, 사사적 영역, 사회적 영역, 공개적 영역 등으로 구분하여 검토하고 있는데, 이는 우리 나라에서 프라이버시권의 내용 검토와 다른 권리와의 비교형량에서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광의의) 프라이버시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이나 공적 인물의 이론, 본인의 승낙 등이 면책 사유로서 적용될 수 있다. 초상권은 사람이 자기의 얼굴 기타 사회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되어 공표되지 아니하며 광고 등에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아니하는 법적 보장으로서, 촬영·작성거절권, 공표거절권, 초상영리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초상권에도 일정한 한계가 있을 것인데, 위 광의의 프라이버시권에 대한 면책 사유가 초상권에도 한계로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며, 그 밖에도 구체적 사안에 따라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면책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내용에서 실존 인물의 이름이나 초상을 사용한 경우에도, 예술작품인 영화에 사용된 것이므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영화 제목에 실존 인물의 이름을 사용한 경우에는 제목이 내용과 최소한의 예술적 관련이 있으면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