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헤이(小黑)는 대표적인 1990년대 말레이시아 화인 화문 작가이다. 본고의 분석 대상은 그가 단기간에 가장 많은 작품을 발표하고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1990년대 대표작이 수록된 여정의 종결이다. 샤오헤이 작품의 가치는 다종족·다문화 사회라 는 환경적 자원을 활용하여 ‘화인이라는 집단적 자아’를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 다는 데 의미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작업은 말레이시아 화인이 물려받은 한정된 문화적 유산을 곧이곧대로 복제하지 않고 재구성하고 전유하여, 국가 공용어가 아닌 소수언어(minor language)인 화문으로 창작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뤄낸 것 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샤오헤이의 자기 공동체 속에서 이방인-되기는, 말레이 시아 화문 문학이 기존의 정체성 즉, 상상된 중국 문화 정체성에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과 달리, 화인들의 고통과 역사적 체험을 공유하지만, 그러면서도 보다 개방적인 변혁을 구상하고자 하는 일면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일례가 된다. 이것이 바로 ‘작 은 문학(small literature)’ 즉, 뛰어난 거장이 부재하고 문화적 유산이 곤궁한 환경에서 창작된 문학이 가지고 있는 의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