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연구의 후속연구로 기획된 이 글은 보편 바흐(Bach, the universal)이라는 이미지를 논의의 중심에 두고 있다. 특별히 이 글이 주목하는 것은 보편 바흐라는 이미지가 1980년대 후반 영미권의 새음악학(new musicology)과 함께 등장하였고, 새음악학 담론과 교차되면서 새로운 담론을 형성해냈다는 점이다. 새음악학의 대두와 함께 보편 바흐의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도전받고, 변화하고, 또는 변화하지 않았는지 살피기 위해 이 글은 보편바흐를 주장한 로버트 마샬, 새음악학적인 시선으로 보편 바흐를 반박한 수잔 맥클러리(Susan McClary), 그리고 보편 바흐의 이미지를 근대라는 새로운 창으로 검증해나간 존 버트(John Butt) 등의 논의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근대와 바흐라는 사고가 21세기 한국의 바흐담론(또는 서양음악담론)에서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지 질문한다.
이 글의 관심은 바흐담론의 내부와 외부에서 유통되는 바흐의 이미지(들)이다. 그리고 이 글은 바흐의 이미지들이 바흐담론 안에서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 생산되고 재생산되 고 또 해체되는지 추적한다. 이를 위해 이 글은 19세기를 대표하는 포크켈과 슈피타, 그리 고 20세기를 대표하는 허츠와 볼프의 문헌을 분석한다.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다하나 이들 의 연구는 고귀하고 숭고한 인품을 지닌 위대한 작곡가 바흐, 독일 루터교 교회음악의 완성 자, 최선을 다하는 천재 등의 이미지를 창조하였다. 이 글은 이러한 이미지를 전통적인 바 흐의 이미지로 규정하고 이들이 음악학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