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곤충학은 곤충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으로써, 미국, 유럽, 한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범죄 수사, 사후경과시간 추정 등에 활용되고 있다. 한국은 최근, 법곤충감정실(경찰청) 개소하여 전국의 법곤충 사건을 감정하고 있다. 한국은 짧은 연구역사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중앙행정기관 산하의 법곤충감정실을 설립, 운영할 수 있는 것은, 그 특이적인 연구역사에서 기인했다. 한국 법곤충 연구는 2004년경부터 시작되었으나, 중앙행정기 관(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투자로 연구개발이 진행되었다. 특히, 한국의 경찰청은 2016-2020년과 2022-2026년, 10년간의 연구과제 발주를 통해 현장 중심의 법곤충 감정 시스템 구축, 비전문가를 위한 형태 및 분자 유전학적 종 동정 기법 개발, 한국형 DB 확보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법곤충 감정기법의 세계적 인 선도를 목표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사체의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기 위한 법곤충학적 자료를 얻기 위하여 경남 양산의 야산에 2011년 여름과 가을에 노출돼지사체와 감은돼지사체를 1두씩 설치하여 각 사체에 나타나는 곤충상의 변화와 사체의 부패속도에 대해 조사하였다. 여름에 설치한 노출사체에서는 2목 9과 14종의 곤충이 채집되었고 깜장파리속의 한 종(Ophyra sp.)이 우점하였다. 감은사체에서는 3목 9과 17종이 채집되어 풍뎅이붙이과의 한 종(Histeridae sp.)이 우점하였다. 가을에 설치한 노출사체에서는 3목 11과 17종이 채집되었고 연두금파리(Lucilia illustris)가 우점하였다. 감은사체에서는 3목 8과 11종이 채집되었고 깜장파리속의 한 종이 우점하였다. 또한 모든 사체에서 사체부패의 초반에 출현한 연두금파리는 이 지역 사체의 부패 초기에 대한 지표종으로 생각되었다. 또한 모든 사체에서 공통으로 많이 채집된 종은 꼭지파리과의 한 종(Sepsidae sp.)과 깜장파리속의 한 종이었는데, 이들은 사체부패 중 후기에 출현하는 종으로써 사체부패의 중 후반단계에 대한 지표종으로 유용하다고 생각되었다. 사체의 부패속도에 대해서는 여름에는 노출사체(10일)의 부패가 감은사체(15일)에 비해 빨리 진행되었고, 가을에는 감은사체(8일)가 노출사체(17일)에 비해서 빨리 진행되었다. 사체의 온도는 여름에는 두 사체 모두 6일째부터 상승하여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 한편 가을에는 감은사체(4일)의 부패가 노출사체(11일)보다 더 일찍 시작되었다. 즉 사체의 부패속도와 온도는 계절과 노출정도에 따라 다른 것이 확인되어, 사체의 사후경과시간을 유추할 때 계절뿐 만 아니라 노출정도도 매우 중요한 요인임이 확인되었다.
사체의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는데 사체에 출현하는 검정파리과 곤충을 이용할 때 파리 종의 정확한 동정이 요구된다. 최근 미토콘드리아DNA(mtDNA)의 염기서열이 종의 동정에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COI-II 유전자 부위는 상대적으로 염기서열 변화가 많기 때문에 종간의 분류를 위한 마커로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다. 본 연구에는 부산에서 채집된 검정파리과에 속하는 파리들의 mtCOI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GenBank에 등록된 종들과 비교하였다. COI 염기서열의 한 부분을 증폭하여, 염기서열들을 398 bp 크기로 정렬하였다. 전체 34종의 계통수에서 Lucilia 와 Calliphora 속 사이는 확연한 계통학적 분리가 나타났지만, 동일 속내 일부 종 사이에서 계통학적 거리가 나타나지 않았다. 계통수에서 C. stygia 와 C. albifrontails, C. augur 와 C. dubia, L. cuprina와 L. sericata 및 L. caesar 와 L. illustris 사이에서는 혼합된 집락이 나타났다. 전제 34종 가운데 표본이 1개체뿐인 종을 제외한 16종에서 종내 염기서열 변이도를 조사한 결과 ~ 0.044까지의 종내 염기서열변이도를 나타내었으며, 종 내의 염기변이결과로 각 종에 따라 1 ~ 17개의 haplotype 이 관찰되었다. 동일 종 내에서 다양한 haplotype이 보임으로서 종의 동정에 이용될 수 있는 염기서열의 정보가 매우 제한적임이 시사되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수의 개체를 이용한 연구를 통하여 각 종들에 대한 종내 변이의 범위를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