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되는 EU “일반개인정보 보호법(이하 GDPR)”은 제17조에서 삭제권(잊힐 권리)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서 개인정보의 보호를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대법원은 꾸준히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를 인정하고 있으며, 이미 보도된 기사에 대해서 인격권에 기해 삭제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EU GDPR의 잊힐 권리와 유사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인격권에 기한 기사삭제청구권은 검색 결과 목록 삭제 청구권보다 더 적극적인 권리이다. 따라서 잊힐 권리에 대한 논의가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오늘날 새로운 정보통신 환경에서 잊힐 권리가 등장한 배경을 고려하여 잊힐 권리의 개념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현행 법제가 개인정보에 대한 보호를 이미 제공하고 있고, 잊힐 권리의 등장은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유통에 제약이 된다. 따라서 잊힐 권리의 개념에 기초한 새로운 법적 권리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기준 정립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럽사법재판소는 2014. 5. 13., 이른바 구글 케이스에서 ‘잊혀질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판결 을 하였다. 즉, 검색엔진에 정보주체의 이름을 입력 하였을 경우, 정보주체에 관한 불리한 사실이 실린 제3자 웹사이트의 16년 전 기사로 연결되는 링크가 검색 결과 화면에 현출되면, 검색엔진은 정보주체의 요청에 따라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러한 결론은,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 에 근거하여 정보주체의 프라이버시권과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을 검색엔진의 경제적 이익 기타 제 3자의 이익과 비교하여 형량함으로써 도출되었다. 유럽 개인정보보호지침에 상응하는 법률인 한국의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정보 주체에게 이와 같은 삭제 요구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정보 주체는 대신, 민법상 인격권에 기하여 금지청구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와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 나 민법상 인격권에 기한 금지청구는 행정법규인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비하여 구제 절차의 신속성 및 간편성이 떨어지므로, 이 부분에 관한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 경우 언제 정보주체의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