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보 서희환은 한글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판본 고체형식에 서 미학성을 발견하고 한자 서예의 원리와 자신의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고풍스러우면서도 질박한, 이른바 ‘평보체’를 이루었 다. 본 논문에서 평보 서희환의 한글서예를 조형예술의 보편적 조형 요소와 조형 원리를 적용하여 서희환 한글서예의 성취와 한계를 고찰하였다. 본론에서는 조형예술에 속하는 서예를 한글과 한자의 구조와 서예 양식 등을 조형예술의 원리에 적용하여 한글서예의 장점 과 한계를 고찰하였다. 한글과 한자의 구조적 차이로 인하여 서희환이 모범으로 적용하려고 했던 한자서예 양식을 한글서예 에 적용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는 부분이 있음을 밝혔다. 서희환 역시 서예의 유일한 조형언어인 필획(筆劃)만으로는 스스로 이상 으로 삼은 한글서예를 완성하기 어려움을 인지하고, 유동(流動) 하는 형태적 공간의 조형을 택하지 않고, 필획의 질감을 위주로 한 정지된 공간 조형을 구축하였다. 그래서인지 서희환은 “절제 된 단순성과 소박한 무욕 내지는 순수성을 추구하여 획이나 필 력의 개념도 힘의 논리가 아닌 질김의 논리로 이해하려고 하였 다. 그래서 오히려 한글서예의 독창성을 이루었을 소지가 있다. 서희환의 한글서예는 결국 線的서예에서 點과 面의 조합으 로 구축한 ‘고정적’인 성질로 진행되었다. 또 서희환이 추구한 절제된 단순성과 소박한 무욕, 질김, 수졸의 천진이나 질박의 원시성, 무념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거친 질감을 내는, 금 석기 있는 선질과 평면적 구조로 진행되었다고 여겨진다.
본 논문은 평보(平步) 서희환(徐喜煥, 1934-1995)의 독특한 한글 서체가 형성된 과정에 관한 연구이다. 주지하다시피 평보 서희환은 독창적인 서체로 현대 한글 서예사에 커다란 발자취 를 남긴 인물이다. 우리는 흔히 그의 글씨를 ‘평보체’라 부른다. 그렇다면 그의 이러한 서체는 어떻게 창신 되었으며 어떠한 사 상적 배경에서 출발하였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이에 그 내력을 밝혀 한글서예의 창의적 미감을 확장시키는 것이 본 연 구의 목적이다. 평보는 훈민정음의 각판본(刻版本)에서 한글서예의 뿌리를 두고자 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에서 한글서예의 원형을 찾고자 하였다. 아름다운 원형의 조형에 전·예(篆·隷) 필획(筆劃)의 생동감을 불어넣어 판각의 과정에서 오는 필획의 망실을 복원하였다. 이를 위해 평보는 글씨의 연 원(淵I)에 관한 연구와 갑문(甲文), 석문(石文), 한예(漢隷), 북 위서(北魏書) 등 한문서예 전반에 걸친 서체들의 생동미를 한 글에 접목시키는 일을 중시했다. 즉 한글서예가 호방하고 생동 감이 넘치며 문기(文氣) 어리고 신운(神韻)이 감도는 경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일생의 과업으로 삼았다. 구체적으로 평보 서작의 방법론이자 창신의 개념인 ‘수파리 (守破離)’를 통하여 동일 작품을 시대별로 분석함으로써 평보체 의 형성 과정을 고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