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영성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은 영성이라면 근본적으로 선교적이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선교적 삶을 사셨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키예프 페체르스크 라브라 수도원의 수도사들은 모든 생애 의 절반 이상을 지하 동굴에서 수도 생활을 했다. 수도사들은 동굴 속에서 영적 수련의 길을 걷다가 성령의 권능을 받고 밖으로 나왔고, 찾아온 무리에게 복음을 전했고 병을 고쳐주었다. PLM에서 복음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역에 흩어져 선교했다. 선교적 영성은 삼위일체 영성이며, 성 육신적 영성이며, 만인 제사장 영성이다. 이러한 특징은 서구교회 크리스텐덤의 영향으로 이원론적이 며 계층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교회의 문제점과 해답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한국 기독교의 회복의 길은 선교적 영성에 있다.
본 논문은 종교개혁 이후 선교에 영향력을 미친 주요 인물들의 선교적 영성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하여 초기 경건주의자들, 니콜라스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들, 그리 고 존 웨슬리(John Wesley)와 알버트 심프슨(Albert B. Simpson)의 선교적 영성을 주로 살펴보았다.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후 초대교회는 선교부흥을 통하여 지리와 문화의 경계를 넘어 확장되었다. 그 후 선교는 암흑기가 계속되었다. 그런데 17세기 경건주의가 도래하면서 사도들과 제자들을 통하여 초대교회가 보여주었던 영적부흥과 선교부 흥이 다시 점화되기 시작하였다. 그들의 선교적 영성은 친첸도르프와 모라비안 교도들, 그리고 웨슬리와 심프슨으로 강력한 영향을 주면서 선교적 영성의 흐름을 이어갔다. 경건주의자들과 모라비안교도들의 영성은 신앙고백과 삶의 일치 추구, 도전적인 선교사 파송을 강조하였 다. 웨슬리의 선교적 영성은 성경과 일치된 삶과 기도를 통한 사회변화 를 추구하는 선교를 통하여 영국에 영적부흥을 가져왔다. 심프슨의 영성은 자신이 경험한 사중복음을 선교와 연결시킨 선교적 영성이었다.
이 논문은 선교적 교회의 담론 안에서 발전된 선교적 영성과 타자의 관계를 살펴볼 것이다. 이 논문에서 ‘선교적 영성’은 선교사의 개인의 영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고자 하는 선교적 공동체가 추구하는 영성을 전제한다. 특별히 이 논문은 타자/이웃에 대한 관심에서 선교적 영성을 발전시킨 헬렌드(Roger Helland)와 얄머슨(Leonard Hjalmarson)의 공동저작인 『선교적 영 성: 안에서부터 밖으로 하나님의 사랑 구현하기』에서 드러난 선교적 영성에 대한 이해에 집중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은 선교적 영성을 형성하는데 있어서 타자의 역할에 주목하거나 크게 발전시키지 는 못했다. 그러므로 이 논문의 후반부는 선교적 영성의 논의를 보다 풍성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 타자중심의 윤리철학을 발전시킨 레비나 스(Emmanuel Levinas)의 타자의 이해를 선교적 영성과 관련하여 간략하게 살펴볼 것이다. 이 논문은 우리가 매일 타자를 마주하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의 나라의 실재 속에서 우리는 ‘이미’ 도래한 하나님 나라의 모습을 살아가기 때문에 선교적 영성은 길 위에 있다는 주장으로 결론을 지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선교적 영성은 산이나 성전의 영성이 아니라 길의 영성이며, 사회적이고 윤리적인 영성이다. 왜냐하면, 이 영성은 우리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고자 하는 한 일상의 길 위에서 만나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발전되기 때문이다.
본고는 선교사가 선교적 영성의 기초를 세워 건강한 선교를 실천할 수 있도록 선교적 영성의 독특성 기술한 후, 선교적 영성을 형성하는 신학적 토대의 체계화를 시도한 것이다.
하나님은 선교를 시작하신 분이다. 곧 성부 하나님께서는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고, 예수 그리스도는 다시 그의 사람들을 땅 끝까지 보내시어 선교하신다(요 20:21). 선교는 예수께서 지상에서 하신 그 일을 계속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교사는 하나님께서 선교를 실천하시는 방법이 며, 도구(instrument)이다. 그들에게 “성령이 임하시면” 하나님의 대사로서 모든 나라와 족속에게 복음을 증거하도록 부름을 받은 것이 다. 그래서 타문화 선교에서 많은 연결점 중에서 선교사 자신이 가장 중요한 연결점이 된다.
선교에서 왜 영성이 중요한가? 선교사들이 그들의 사역을 중단하는 여려 요인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영적인 힘의 고갈이다. 그러므로 선교적 영성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와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선교사가 피선교지에서 선교사 모라토리움(moratorium)을 요구 받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가 선교사의 영성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건강한 선교사역은 건강한 선교적 영성을 갖도록 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따라서 본고는 선교적 영성을 체계적으로 고찰하여 선교적 영적 훈련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예수께 서 보여주신 타인중심성(other-centeredness)을 주목하였다. 예수 의 삶은 타인을 섬기는 삶으로 이루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을 통하여 역사 속에서 사람들을 구원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장 하는 타자중심성으로 살도록 성령을 보내셨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고는 예수의 타인중심성(other-centeredness)이 곧 선교적 영성이라 정의 하였다. 또한 선교적 영성의 신학적 토대는 삼위일체(the Trinity), 성육신(the Incarnation), 예수의 신조(the Jesus Creed), 만인제사 장(the Priesthood of All Believers)으로 체계화를 시도하였다. 삼위 일체 하나님은 선교의 주체가 되시고, 선교의 동력이 되시며, 선교의 목적이 된다. 선교적 삶은 이웃과 함께(with), 이웃 속에서(in), 이웃을 위하여(for) 존재하는 성육신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또한 선교는 사랑 의 관계이다. 곧 하나님과 사람과의 사랑의 관계를 세워가는 것이다. 그리고 초대교회에서 사도들만의 사역이 아니라 흩어진 모든 성도들을 통하여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