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에서는 『라이프 오브 파이』와 각색 영화에 재현된 주인공의 다종교 적 믿음을 살펴보고 이 믿음이 난파에서 생존하게 한 힘이었다는 것을 보이고 자 한다. 소설과 영화는 파이가 호랑이와 구명보트에 동승한 채 227일간 태평양 을 떠도는 과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소설과 영화는 파이가 생존하기 위해 살 인하고 인육을 먹는 사실을 다르게 재현하지만, 궁극적으로 작가와 감독은 소년 의 다종교적 믿음이 삶의 동인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와 감독은 파이의 그러한 잔인한 행위가 용서받을 수 있는 행위인가를 묻 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하 수준으로까지 추락하는 파이를 보여줌으로써 포스트 모던 주체, 즉 불완전한 주체를 제시한다. 여기서 파이가 보여주는 다종교적 믿 음은 어느 종파나 어느 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포스트모던 주체의 불안한 존 재, 즉 나아가 불완전한 인간이 무한대로 의지하는 신에 대한 믿음으로 생존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라이프 오브 파이』는 신을 믿게 만드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