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의 목적은 이규보(1168~1241)의 시론의 특징과 그 시적 변용의 미학을 살펴보는 데 있다. 시와 술과 거문고를 너무 좋아하여 ‘삼혹호선생 (三酷好先生)’으로 불렸던 이규보는 경전과 사기와 선교를 두루 섭렵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시기에 발흥한 선시는 이규보의 사상과 시 창작의 태도에 지 대한 영향을 미쳤다. 평생을 ‘시마(詩魔)’에 붙들려 살았던 그의 시벽(詩癖) 은 결국 시마에 대한 관심과 그것의 극복으로 연결된다. 그의 시론의 특징 은 시 창작에 있어 감정에 연유하여 발로되는 ‘연정이발(緣情而發)’과 시는 새로운 뜻(新意)과 새로운 언어(新語)로 담아내야 한다는 ‘어의창신론(語意 創新論)’이다. 이규보의 이러한 독특한 시적 이론은 그의 선심의 시심화에서 한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자유로움을 좋아하는 성품 탓으로 벼슬을 제수받지 못한 시기는 오히려 그에게 뜨거운 시혼으로 많은 시가 창작되는 절호의 기회였다 할 수 있다. 아울러 그는 차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차를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번뇌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생각하고 있는 점도 주목 할 만하다. 특히 진여의 상징인 달빛에서 공(空)을 읽어내는 그의 감수성과 각성의 경지가 고상한 깨달음의 시적 세계로 표현되고 있는 점은 간과 될 수 없다. 따라서 우물 속에 비친 달빛이라는 허상을 주목하여 공사상과 연 기사상을 간파하는 그의 선적 사유의 시적 표현은 선시의 미학을 명징하게 보여주고 있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