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식민지세대 화가들에게 ‘추상’이란 무엇일까를 묻는 연구의 일환이다. 필자는 이 응노(1904-1989)의 초기 추상작업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전통매체인 지필묵으로 그림을 그리던 그가 서구식 추상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와 목표, 그의 추상 작업을 이끄는 개념 등을 짚고, 그의 추상이 지니는 의미를 탈식민적 과제와 관련하여 진단한다. 이응노는 해방공간~1950년 대에 걸친 탈식민공간에, 민중의 생계현장에서 대상의 힘과 생기를 활달하고 분방한 붓질로 그 려내면서 탈식민적 근대성을 성취했다. 그렇게 탈식민적 과제를 푼 다음 파리에 정착해 추상 세계로 넘어갔다. 그는 다양한 재료와 물질을 접촉하면서 “용구의 혁명”을 실천하면서, 서예 미학을 활용하는 가운데 “구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자신의 추상을 일구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