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정미경 소설에서 자본주의적 격률에 순응하는 윤리에 대한 죄책감이 발현되는 양상을 논구한다. 「무화과나무 아래」와 「성스러운 봄」에서 인물은 돈의 위력에 굴복한 자신에 대한 죄책감을 자학과 가학으 로 표출한다. 이때 작가는 이들의 죄를 인간의 한계에서 어쩔 수 없이 파생된 원죄로 자리매김한다. 「내 아들의 연인」에서 죄책감을 억압하던 인물은 억압했던 것의 회귀를 경험하며, 「엄마, 나는 바보예요」에서 인물은 죄책감을 성공적으로 억압하지만 끊임없이 불안을 느낀다. 죄책감을 억압하는 인물들의 죄는 자본 주의 사회에서 그 부도덕성이 인식되지도 않을 만큼 보편화된 상식에 해당한다. 정미경은 자본주의적 윤리에 대한 투항과 그에 따른 죄책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분열하는데, 이러한 분열은 그의 소설에 그림자 또는 분신 모티프가 자주 등장하는 까닭을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