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가정폭력,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가 잠자고 있는 가해자 남편을 살해한 경우의 형법적 문제점에 관하여 위법성 차원에서 논의해 보았다. 배우자 살해에 대하여 위법성조각사유로서 정당방위와 긴급피난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위법성조각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최대의 난관 내지 장벽이 되는 요건은 정당방위에 있어서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침해의 현재성’ 문제이다. 대법원은 김보은 사건에서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하는 듯한 판시를 하였으나, 그 이론적인 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학설 중에서는 침해의 위험을 침해로 보아 과거로부터 지속적인 법익침해가 있는 경우라면, 현재 법익침해가 중단된 동안에도 지속적 위험이 있다면 현재의 침해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침해의 위험을 침해로 인정하는 논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의 가해자 남편에 대한 살해에 대하여, 정당방위상황에서 요구되는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어떠한 이론구성에 의하여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설명이 없는 것이다.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아내가 가해자인 남편을 잠자고 있는 사이에 살해한 경우에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주장의 문제점은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의 피해에만 시각이 고정되어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고 보여진다. 시각을 전환하여 가해자의 침해행위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편의 침해행위로 피해자인 아내의 의사자유와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행복추구 그리고 극심한 인간존엄성의 훼손과 박탈이라는 법익침해상태 -가정폭력 피해자가 자살하든가 가해자를 살해하든가 하는 양자택일에 내몰린 심각한 정도의-가 계속되고 있고 따라서 가해자의 법익침해행위도 계속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가해자가 잠자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폭력 피해자의 생명의 위기적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계속범의 경우 법익침해상태가 계속되는 한 정당방위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설사 합법적으로 안전하고 확실하게 가정폭력 가해자를 가정으로부터 배제하는 방법이 사회적으로 정비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가정폭력 피해자인 아내에 대한 가해자 남편의 침해의 현재성은 인정되는 것이다. 또한 달리 국가기관이나 사회시설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정당방위의 상당성 판단에서 이러한 보충성은 고려될 수 없다. 물론 더 나아가 현실적으로는 가정폭력 피해자가 일시적으로 피난하여도 그 안전이나 확실성이 보장된다고 할 수 없다.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현재하는 심각한 침해를 고려할 때, 이를 긴급상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가해자에 대한 반격은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