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과 엘리엇에게는 시간과 공간적 배경에서 매우 커다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형이상학적 혹은 초월적 사변과 가치에 경도되었 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둘은 모두 현상계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 제를 갖고 있는 열등하고 타락한 상태로 인식하며 그 상태로부터 초월적 구원의 방법을 모색한다. 퇴계는 성(性), 즉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우주의 근본원리로서의 리(理)의 존재를 확립하고 리가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노력이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 고봉 기대승과의 사단칠정(四端七情)논쟁이 다. 20세기 초의 엘리엇은 자유주의자 그리고 인본주의자들의 인간 중심 혹은 이성 중심의 경향에 맞서 교회와 그 가치를 굳건히 지킬 것을 주창한다. 엘리엇이 말하는 초자연성(the supernatural) 혹은 신성(the divine)은 퇴계가 우주원리로서 받아들인 리처럼 초월적 혹은 형이상학적 도덕론을 통한 문제해결 모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엘리엇이 현실계 에 대한 품은 부정적 인식과 형이상학적 해결을 모색해가는 과정은 황 무지 에서 출발하여 재의 수요일 을 거쳐 네 사중주 에 이르기까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성리학과 엘리엇의 초월적 사유가 가진 자위성 과 위계적 세계관이 어떻게 실체적 근거와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 인가는 특별히 현대적 상황에서 유용한 질문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