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토니 모리슨의 소설 낙원에 드러난 희생양 메커니즘의 폭력을 드러내고자 한다. 모리슨은 소설에서 인종주의적인 미국 주류 사회뿐만 아니라 차별받고 억압당하는 흑인 공동체 내 희생양 메커니즘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 내며 이러한 폭력을 멈추고자 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묘사해왔다. 특히 모리 슨과 공통된 문제 의식과 종교적 가치관을 공유한 문학비평가이자이자 인류학 자인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메커니즘에 대한 통찰과 이 소설에 나타난 시민권 시기 비폭력 저항 운동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모리슨의 작품에서 등장 인물 들이 희생양 메커니즘의 실체를 자각하고 극복하고자 행동하는 데 있어서 미국 흑인의 기독교적 신앙이 담당하는 역할을 조명하고자 했다. 지라르는 문학은 사 회과학보다 인간 삶의 진실을 더 잘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소설과 각종 에 세이에서 모리슨은 지라르와 공통적으로 인간 사회의 폭력과 ‘희생’이라는 주제 에 천착해 왔다. 희생양 메커니즘과 같은 사회적 폭력을 극복하는 데 있어서 그 리스도교적인 가치관에 깊이 공감했던 모리슨 소설의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비 전에 대한 연구는 지라르의 문화인류학에서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본 논문은 토니 모리슨이 자신의 문학을 포함해서 흑인 문학에 가장 중요한 기독교 정신이라고 본 희생양의 고통과 승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모리슨의 세 번째 소설 솔로몬의 노래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독교적 관점에 서 희생양 메커니즘과 그 극복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인 르네 지라르와 현대 미국사에서 주요 희생양이었던 흑인들의 시민권 운동 시기 비폭력 저항 정신과 의 공통점을 통해 지라르의 연구가 가질 수 있는 탈역사성을 극복하고 모리슨 작품을 흑인 현대사의 맥락 속에 위치시키고자 한다. 솔로몬의 노래에서 모리슨은 폭력과 배제를 겪지만, 가해자들까지도 이해 하며 사랑으로 폭력에 비폭력으로 자신을 내어주는 그리스도적인 희생양의 면 모를 가진 인물을 창조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 중 파일럿과 밀크맨에게는 신 으로서 인간의 희생 제의적 과정에 자기 자신을 ‘내어주어’, 인간의 죄를 감당 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가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특히 파일럿의 자기 희생 적 죽음은, 기타에 대한 밀크맨의 복수가 아니라 기타를 자신의 형제로 보고, 그 를 향해 날아가는 ‘타자를 향한’ 비상을 가능케 만든다는 점에서, 희생양 만들 기의 폭력을 종식시킨다고 볼 수 있다.
김은국의 『순교자』는 희생양 메커니즘의 특징인 박해자의 ‘무지’와 폭력의 ‘맹목성’을 폭로한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평양에서 목사들이 실종된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장 대령’의 거짓말은, 지라르가 언급한 ‘첫사람의 돌 던지기’와 유사하다. 희생양 메커니즘의 작동을 유도하는 박해자 ‘장대령’을 통해 김은국은 희생양 메커니즘의 본질인 폭력성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중반부에서부터 서사는 “박해자에게서 희생양에게로, 그 사건을 만든 자에게서 그것을 참고 견딘 자에게로” 초점을 옮겨, 이 작품을 희생양의 텍스트로 만든다. 김은국의 영적 통찰력은 희생양 신 목사의 고뇌하는 내면, ‘신의 침묵에 절망할 수밖에 없는’ 희생양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하였다. 신을 믿지 않는다는 처절한 절망 가운데서 ‘신 목사’는 끊임없이 기도함으로써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라는 예수의 명령을 실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신의 개입’이다. 무력하고 병든 모습으로, ‘희생양 메커니즘’의 작동을 중단시키려는 ‘신 목사’라는 캐릭터는 김은국의 종교적 투시력을 높이 평가할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