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신경숙 소설을 정신분석학적 측면에서 살펴보았다. 신경숙의 소설은 결핍과 욕망의 존재인 인간의 근본속성에 대해 그려내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여주인공의 히스테리적 심리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히스테리자는 아버지를 사랑하며 아버지의 욕망의 대상이 되고자 하나 그것은 금지이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결여를 메꾸려 한다. 또한 히스테리적 오이디푸스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은 언제까지나 충족될 수 없는 결핍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환상을 가진다. <딸기밭>에서 주인공과 인물들의 관계는 프로이트의 연구에서 ‘도라의 사례’와 유사한 욕망의 구조를 보여준다. ‘나’는 정상적인 오이디푸스과정을 거치지 못한 인물로 욕망의 결핍으로 방황하는 도라의 모습과 겹친다. 나의 욕망은 희미하게 존재조차 잊어버린 아버지의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대신 완벽한 여성성을 향유하는 ‘유’에게로 향한다. ‘유’라는 욕망은 자유롭고 부드러운 여성성이다. 어느 것에도 만족을 구할 수 없고 순수하게 자신으로부터 발생하는 욕망을 가질 수 없던 ‘나’는 사랑에 대한 욕망조차 유를 통해서 얻었던 것이다. <바이올렛>에서 주인공 오산이는 아버지의 존재를 경험한 적이 없기에 상실에 대해 슬퍼하거나 애도할 수조차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오산이는 동성친구 남애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슬픔이라는 정서를 대신 충족하려고 하지만 그 관계가 깨어지고 성인이 되어서는 금지된 사랑을 꿈꾸는 남애를 동경한다. 소설의 결말에서 <딸기밭>의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망각하고자 하는 것과 <바이올렛>에서 오산이가 자신의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좌절로 자기파괴를 시도하는 것은 히스테리자로서 환상을 유지하는 심리기제가 파국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작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히스테리적 주체의 상황은 신경숙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소통의 단절, 고독감, 소외된 타자로서의 인물, 주제적 측면에서의 죽음 등과 관계가 있다. 소외되고 타자화되는 인물들의 고통과 방황, 그리고 인물간의 관계들은 정신분석학에서 히스테리자의 전형적인 주체 형성과정을 보여주는 욕망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신경숙 소설은 온전히 자기 자신의 욕망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히스테리자의 공허한 내면을 적나라하게 그려내면서 인간의 실존적 불완전함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매체 전환 스토리텔링 관련 팬덤의 속성을 정신분석학의 강박증과 히스테리의 구분을 통해 규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원작각색으로 대표되는 크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팬덤은 원 작을 통해 거대한 만족을 경험한 주체들로서 각색에 의한 스토리 변형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 강박적 주체이며,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팬덤은 스토리세계의 결핍을 인지하고, 스스로 결핍을 향유하는 히스테리적 주체이다. 크로스미디어의 원작 팬덤은 원작자의 권위와 원작 스토리세계 안에서 팔루스 적 질서를 향유하며, 트랜스미디어의 팬덤은 언어적 질서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직접 체험을 통해 연 속적이며 무한한 ‘다른 향유’를 경험한다. 본 연구는 매체 전환의 양극단에서 나타나는 팬덤의 특성을 강박증과 히스테리의 비교를 통해 규명하기 위한 이론적 입론의 과정이며, 후속연구를 통해 실제 팬 덤에 대한 질적 분석을 보강함으로써 매체 전환 팬덤에 대한 총체적 이해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