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병시식은 원인 모를 병으로 고통받는 이를 치유하기 위한 의례로, 병 의 원인이 이승을 떠돌며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책주귀신 영가’로 인한 것임을 전제로 한다. 이에 영가에게 불교의 가르침을 일러주고 음식을 베풀 어 천도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현장에서 전승되는 양상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병시식은 독립된 의례이지만, 중생을 지켜주고 삿된 기운을 물리 치는 신중의 위신력을 중시하여 신중기도와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조왕기도-구병시식의 결합도 드러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조왕신이 구병 의 기도대상이기도 함을 알 수 있다. 둘째, 구병시식을 행하는 시공간의 경우, 다른 시식과 비교할 때 ‘해가 진 뒤’와 ‘법당이 아닌 제3의 공간’이라는 원칙이 견고한 편이다. 이는 질병 치유의 목적성과 함께 해를 미치는 존재로서 영가의 특수성이 작용하여, 시 공간에 대한 전통 관념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설단 구성 에서 예외적인 마구단 설치는 영가를 떠나보내는 데 초점을 둔 장치임을 알 수 있다. 셋째, 의례 주체인 환자의 배석에 대해서는 동참・불참의 두 양상이 공 존한다. 동참을 이끄는 경우 본인이 직접 치르고 영가도 법문을 잘 들을 수 있어 천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불참을 이끄는 경우 법주의 집중에 방해 될 수 있으며, 환자가 피해를 볼 수 있고 영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없다고 본다. 넷째, 천도를 위한 ‘자비심’과, ‘분리・배척’이 함께하는 이중구조를 살필 수 있다. 보편적으로 행하는 팥 뿌리기, 불 끄기, 말[馬] 청하기 등을 비롯 해, 사찰에 따라 민속적 요소를 수용함으로써 배척의 기능이 강화되는 측면 이 뚜렷하다. 이는 재물과 관련된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의례를 마칠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확장된다. 구병시식의 이러한 특징은 영가가 처한 세계를 명확히 인식시키는 가운 데, 산 자들 또한 건강한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는 당위성에 따른 것으로, ‘자비심 속에서 떠나보내는 지혜로운 배척’이라 하겠다. 아울러 구병시식과 민속신앙의 접점이 커서, 의례 본연의 의미와 절차를 지키는 가운데 민간의 다양한 요소를 수용하는 경향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