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느이 드라마 극장(Малый драматический теат р)의 예술감독이자 러시아 현대연극을 대표하는 연출가 레프 도진(Л. Дóдин, 1944- )은 우리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이름이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형제자매들>, <가우데아무스>, <바냐 아저씨>를 국내 무대에 소개하며 소위 말하는 러시아 사실주의 연극의 정수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었다. 도진의 무대는 역사의 흐름 속 ‘특별한 시간’을 착출하여 그 시간을 연극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하고자 하는 일관된 태도를 견지한다. 이를 통해 그가 하고 있는 질 문은 오직 하나이다.“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역사 위의 인간으로서의 원 초적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역사 속 부박했던 시간에 대한 참과 거짓 그리고 선과 악의 실체를 무대 위에 펼쳐보이고자 하는 연출적 의지에 다름 아니며, 이를 통해 도진은 말느이 극장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연극을 일종의 ‘장르’로 만들어 왔 다. 국내 무대에 소개된, 전쟁 후 러시아의 한 집단농장 주민들의 삶을 형상화 한 대서사시 <형제자매들>과 낡고 병든 군부대 속 젊은 군인들의 우정과 배반, 사랑 과 증오를 통해 개인의 기억에 새겨진 사회의 폭력과 거짓으로 점철된 집단의 역 사를 고발한 <가우데아무스>가 그 대표적인 작품일 것이다. 본고는 이러한 도진의 대표작품에 대한 공연비평적 시선에서 그가 무대에서 일 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질문을 고찰하고, 이를 통해 역사적 흐름 위에 새겨진 개인 의 삶을 무대 위에 풀어나가는 레프 도진만의 특별한 연극적 방법론에 대한 연구 를 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