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단일한 시간이 아니라 다른 시간들이 한자리에 놓여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라는 하나의 도면에는 다층의 관측시기와 제작(석각)시기가 공존한다. 특정한 천문현상의 관측시기와 그것을 제작 기록한 시기가 꼭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필자는 천상열차분야 지도의 시기에 관한 연구에 있어서 물리적 시차뿐 아니라 제작자(편집자)의 인식의 문제를 고려해서 살펴보았다.
본고에서는 천상열차분야지도의 분석범위를 線으로 한정하였다. 주위를 두른 365개의 눈금선과 12궁을 나눈 線과, 28宿를 구분한 線과, 적도면을 그린 둥근 원과 그것과 교차해서 그린 황도면을 그린 원에 한정하였다. 내용상으로는 12궁도수와 황도적도교점에 한정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세 개의 시간 층을 발견하였다. 세 개의 시간 층은 전국시기의 전욱력, 한대의 사분력, 당대의 대연력에 해당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보면 전시대의 시간들을 새겨서 보존하는 일의 여부는 후대 사람의 의식에 달려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는 서로 다른 과거의 시간들을 단절하지 않고 한자리에 놓기 위한 의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과거의 원형과 기록을 다 잘라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는 더 이상 부합하지 않더라도 오래전 사용되었던 원형을 담아주고 싶었던 방식을 택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천상열차분야지도의 12궁도수에는 전욱력 시절의 천문 원형이 담겨있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황적교차점에는 한 대와 당대의 천문원형이 담겨있다. 비대칭이 되는, 과학의 실측차원에서만 보면 이상한 도형이 산출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관점으로 해석해보면 문화의 원형을 보존함으로써 미래로 전하고자 하는 원형보존의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