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고는 영화미디어가 내러티브 미디어로서 자리매김하면서 배경으로 사라져간 영화미디어의 자기반영성과 성찰성 문제를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예시로 살펴보고 있다. 내러티브 미디어로서 영화는 영화가 기술적 미디어로서 초기에 지녔던 자기반영적 특징보다는 현실재현과 관객동일시를 통한 주체효과에 집중하면서 성찰성과는 거리를 둔다. 하지만 표현주의 영화는 소재로 다루는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이나 몽환적이며 환상적인 세계, 그리고 독특한 형식스타일로 인하여 영화미디어의 반환영주의적인 면모와 자기반영적 성찰성을 제기하기도 한다.예를 들어서 대표적인 표현주의 영화로 꼽히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19)과 <노스페라투>(1922)는 관객동일시와 주체효과를 만들어내며 내러티브 영화의 전형적인 면모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이 두 표현주의 영화는 주체와 타자, 그리고 분열된 주체라는 담론을 전면으로 부각시키는 도플갱어 모티브를 다루면서 자기반영성과 성찰성을 보여준다. 도플갱어 모티브는 프로이트가 설명했듯이 자신의 것으로 친숙하지만 억압되고 소외되어 타자화된 스스로의 모습과 관계하는, 그렇기에 자기성찰과 관계하는 ‘두려운 낯설음’이라는 감정과 연결된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에서는 형식스타일과 플롯을 통해서 생겨나는 주체효과와 주체의 재구성 문제를 살펴볼 수 있다. 또, <노스페라투>의 경우에서는 노스페라투와 엘렌의 시선체계의 이중적 면모, 즉 엘렌의 응시를 통해서 영화미디어의 자기반영적 성찰성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본고는 표현주의 영화가 내러티브 미디어로서 환영주의적 투명성을 관철한 시기의 주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동일시라는 주체효과의 이면에서 자기반영적이고 성찰적인 미디어성을 보여주면서, 영화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 영화들이었음을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