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거창 지역의 성지(城址)와 거열산성(사적) 및 분산성을 검토한 바탕에서 거열성과 거열주 만흥사산성을 비정하고 그 성격을 규명해 보았다. 거열성은 거열(거 타) 지역의 중심적인 성이라 할 수 있으며, 따라서 거창의 중심지에 위치한 고대 산성인 분산성이 그것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곳은 가야 때부터 중요한 지점이었던 것으로 판 단되며, 여기에 성이 축조되어 거열성이라고 지칭되었을 것이다. 거열주 만흥사산성은 건흥산성, 즉 거열산성 2차성에 비정된다. 거열산성 1차성은 6 세기 중엽부터 군사 시설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을 거열성이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라는 당과의 전쟁 도중에 여기에 새로 만흥사산성을 축조하였다. 신라 는 가야 지역을 차지한 뒤 한강 유역과 같이 본격적으로 축성하지 못하였는데, 그 결과 백제에게 이 지역을 내주기도 하였다. 문무왕 13년(673) 만흥사산성의 축조는 당군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뚫렸던 함양-거창-고령 루트를 보완,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 다고 판단된다. 본고에서는 문헌에 나오는 거열성과 거열주 만흥사산성을 일관성 있게 비정하고자 하였다. 그 논리는 단순한데 거열성과 거열주 만흥사산성은 마치 한산성(이성산성)과 한산주 주장성(남한산성)이 다른 것처럼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문헌에 나 오는 성을 성지(城址)에 비정하는 것이 좀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며, 이를 통해 고대 성의 성격과 활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