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페너와 프랑케로 이어지는 교회내적인 온건한 경건주의는 결혼은 하나님에 의해 세워진 제도로 수용되며, 부부간의 성은 비록 타락한 인간의 특징이긴 하지만 죄의 심판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루터의 입장을 견지하였다. 슈페너는 부부간의 성은 유일하게 하나님에 의해 죄의 오명으로부터 순화된 정욕의 형식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그에게 부부의 성은 “길들여지긴 악마”이긴 하지만,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악마였다. 인간의 육체성에 대한 긍정은 경건주의자들에게 이르러 루터보다 훨씬 약화되었다. 성과 결혼에 대한 문제는 급진적인 경건주의자들에게는 더욱 예민하였다. 그들은 야콥 뵈메에 의해 영향을 받았던 크리스토프 호흐만 폰 호헨나우가 제시한 결혼의 5가지 유형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특별히 네 번째 결혼 유형인 동정(童貞) 결혼과 다섯 번째 유형인 순결한 어린 양이신 그리스도와의 결혼을 지향하였다. 이들은 단순한 결혼의 유형이 아니라, 영적인 상승적인 발전 단계로 인식하였다. 경건주의의 흐름 중에서 독특한 특징을 보여주었던 친첸도르프와 헤른후트 형제단은 경건주의의 영향을 받아 성의 쾌락적인 측면을 경계하면서도 급진적 경건주의자들과 달리 성과 결혼을 긍정하는 독특한 관점과 실천을 보여주었다. 친첸도르프는 그리스도와 교회, 신랑 그리스도와 신부 그리스도인의 성서비유를 근거로 성과 결혼에 관한 신학적 형이상학을 전개하였다. 그의 ‘신부-신비주의’와 ‘성례전으로서의 결혼 이해’가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친첸도르프가 말하는 ‘복음적인 결혼’과 하나님 나라를 위한 ‘동지(투사)들의 결혼’의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