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은 2013년 3월 19일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133 S. Ct. 1351 판결을 통해 저작권 영역에서의 국제적 권리소진을 인정하여, 저작물의 병행수입을 사실상 불허한 기존의 Costco Wholesale Corp. v. Omega, S.A., 131 S. Ct. 565 판결에서의 입장을 변경하였다. 해외에서 제작되고 판매된 저작물에도 최초판매원칙이 적용되어 저작권자의 허락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 국내 시장에서 재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초판매원칙(first-sale doctrine)은 권리소진의 원칙과 동일한 의미로 이해되는데,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제품의 유통에 따라 어디까지 소급하여 행사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그런데 소진의 범위가 국내를 넘어서 국제적으로도 인정될 것인지 여부는 국제 소진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이고, 이는 곧 진정상품병행수입의 인정여부와 직결된다. 병행수입이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대상 상품의 국내외의 가격차이이다. 병행수입의 허용여부는 권리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조정하는 측면에서 해결하는 것이 세계적인 경향이다. 저작권 영역에서의 병행수입의 경우, 저작물의 수출과 수입도 배포행위의 하나로 볼 수 있고, 따라서 병행수입의 허용여부는 배포권과 최초판매의 원칙, 수입권과의 관계에서 문제된다. 배포권에 대한 제한인‘권리소진의 원칙’에 따르면 최초 판매 후에 권리자의 배포권은 소진되었기 때문에 병행수입을 금지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작권자에게 수입을 저지할 수 있는 이른바‘수입권’을 인정하게 되면 최초판매의 원칙이 국내에서 제조 및 판매된 제품에만 미치는지, 해외에서 제조 및 판매된 제품에도 미치는지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에 따라 병행수입의 허용여부 및 장소적 적용범위가 달라진다. 종래에는 저작권법에 따라 원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는 해외에 판매된 상품이 다시 미국에서 재판매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저작권자가 해외에 저작물에 관한 권리를 양도한 경우에는 최초판매원칙에 따라 재판매에 대한 권한이 없어진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구입한 도서나 영화, 소프트웨어 등의 저작물은 미국내 시장에서 재판매 할 수 있게 되었다.
본 논문에서는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133 S.Ct. 1351 판결을 통해 긍정하는 취지의 결론을 내리면서 논쟁이 재점화 되고 있는 저작권의 국제적 소진 이론(Doctrine of international copyright exhaustion)에 대한 종합적 검토를 위하여 첫째로, (i) 저작권의 국제적 소진 쟁점에 대해 가장 풍부한 논쟁을 펼쳐왔던 미국에서의 논의 상황을 최근 2013. 3. 19. 선고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Kirtsaeng v. John Wiley & Sons, Inc. 133 S.Ct. 1351 판결(이하“Wiley 연방대법원 판결”) 내용을 중심으로 검토해 보고 (ii) 나아가 일본에서의 논의 상황과 (iii) 우리나라에서의 종래 논의 상황까지 망라적으로 점검해 보았다. 나아가 둘째로, 그 검토 내용을 기초로 (i) 미국에서의 논의, 특히 Wiley 연방대법원 판결의 입장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 해당 판결 중 한국에서의 논의에 참작할만한 시사점에 관해 제시해 보고, (ii) 일본에서 저작권의 국제적 소진 처리 방향을 평가하고 역시 우리나라에서의 논의에 참고할만한 시사점을 제안해보면서, (iii) 더불어 우리나라 종래 논의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해 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로, 이상의 검토 결과들을 바탕으로 (i) 한국에서 현행 저작권법상 국제적 소진 쟁점에 대한 타당한 처리 기준을 제시하면서, 나아가 (ii) 추후 우리나라 저작권법에 대한 입법론까지 제안해 보았다. 최근 영화∙음반∙컴퓨터 프로그램 등 창작 과정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면서 산업적∙객관적 효용성이 주된 성격을 차지하는 저작물들이 증가하게 됨에 따라 저작권의 국제적 소진 이론이 논의되는 영역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데 반하여, 저작권의 국제적 소진과 관련해서 저작권법에 명확한 규정을 두고 있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그 인부나 기준 등에 대하여 최근까지도 통일적인 해석에 이르지 못하고 논란이 계속되어 저작권법 체계의 법적 안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되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선고를 계기로 미국, 일본 및 한국에서의 현재까지의 저작권의 국제적 소진 이론 논의 전반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우리나라에서 추후 문제될 수 있는 저작권 국제적 소진 관련 쟁점들에 대한 타당한 처리 기준을 제시해보고자 한 본 논문의 연구결과가 향후 저작권 법체계의 안정과 인류의 문화 및 관련 산업 발전에 미력하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