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언론에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이들의 처벌, 치료 혹은 처우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그동안의 판례와 실무는 별다른 이견 없이 정신질환자의 범죄를 심신장애의 문제로 치환하여 왔다. 그래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형사절차는 정신감정을 통해 행위자가 올바른 책임능력을 갖추었는지 판단하는데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정신질환자가 겪는 여러 증상을 바탕으로 그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본다면 다른 논리가 가능하다. 정신질환자는 비정신질환자가 바라보는 방식대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즉 정신질환자는 외계에 대한 인식이 비정신질환자와 다르다. 특히 조현병이나 인식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범죄구성요건으로의 객관적 사실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마찬가지로 충동조절장애나 해리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외적 행동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들 에게는 범죄의 의사가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결국 정신질환자의 범죄행위를 논할 때는 책임능력이 아니라 주관적 구성요건의 단계에서부터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판례와 실무는 정신질환자의 행위에 대해 당연히 고의가 존재함을 전제로 하여,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 같지만 이는 잘못이다. 다만 판례와 실무의 태도는 현실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결론일 수 있다. 정신질환자의 고의나 과실이 부정된다면 그에게 어떠한 형벌이나 보안처분도 과할 수 없고 이는 사회보호의 측면에서 문제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에게 무죄판결을 선고하면서 치료감호 등의 보안처분도 할 수 없다면 법감정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고 형법의 기본원칙에 충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해석론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고, 추가적인 입법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바이다.